급락했던 국내외 주식시장이 최근 반등세를 보이는 등 안갯 속 장세가 펼쳐지자 시장은 ‘투자의 현인’ 워런 버핏의 생각을 궁금해하고 있다.
코스피는 14일 현재 1850선까지 올라 올해 저점(1458)과 고점(2267)의 중간 쯤에 자리했다. 미국의 주가지수도 고점 대비 하락폭이 34%에서 16%로 절반 가량 줄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이 초래한 이번 시장 급락이 버핏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을 수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버핏은 “모두가 두려워할 때 욕심을 부려야 한다”는 투자철학을 갖고 있다. 게다가 자신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에 약 1280억 달러의 현금을 쟁여놓고 때를 기다리고 있던 차였다. 그는 2008년 10월 금융위기 때 <뉴욕타임스>에 “미국 기업을 사라, 나는 그렇게 하고 있다”라는 글을 기고했다. 장기투자자라면 시장에 들어와도 괜찮다는 신호였다. 버핏은 당시 기피 대상이 된 제이피(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은행주에 투자해 큰 수익을 냈다. 코로나19의 경제 영향에 대한 예측이 난무하는 지금, 투자자들은 다시 버핏의 견해를 듣고 싶어한다. 그는 지난 3월10일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를 끝으로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는 8월에 90살이 되는 버핏이 고령인 탓에 코로나19 고위험군인 영향도 있다.
겉으로 드러난 버핏의 요즘 투자 성과는 다소 부진했다.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지난해 말 기준 2500억 달러 안팎인 버크셔의 주식 포트폴리오가 고통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3일 버크셔는 델타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 지분을 각각 14%, 4% 매각했다고 밝혔다. 2월 초만 해도 델타항공 주식 약 100만 주를 추가매수했던 터라 시장의 충격은 더 컸다. 버크셔는 아직도 항공주 투자 비중이 10%에 달한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주식은 100억 달러를 투자한 셰일업체 옥시덴탈이다. 그나마 전체 투자비중의 3분의 1이 넘는 애플의 주가가 선방하고 있다는 게 위안거리다.
버핏이 최근 무엇을 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산업 중 하나에 대규모 투자를 시도했을 것이라는 월가의 추측만 있을 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 대상이 여행, 숙박, 엔터테인먼트 업종의 취약 기업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현금이 급해진 대기업들의 전화벨이 버핏의 침실에 요란하게 울렸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투자자들은 다음달 2일 열릴 버크셔의 온라인 주주총회에서 버핏이 풀어놓을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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