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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세계 원유시장 뒤흔든 미국과 한국의 ‘고래’

등록 2020-05-03 11:03수정 2020-05-03 18:41

미국 오일펀드 ‘보유 상한’ 초과로 6월물 매도
삼성 원유ETF도 월물 갈아타기에 선물 급락
“국내 ETN 합하면 WTI 보유비중 25% 넘어”
5월 만기일 ‘마이너스 유가’ 재연 여부 촉각
“두 마리의 ‘고래’가 원유시장을 휘젓고 있다”. 원자재 전문매체들은 ‘꼬리’인 원유상장지수펀드(ETF)가 ‘몸통’인 원유의 가격을 흔들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가 최근 이들 펀드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를 보면, 세계 최대 원유 이티에프인 미국 오일펀드(USO)와 홍콩의 삼성 원유선물펀드는 선물 만기일인 지난 4월21일 서부텍사스산(WTI) 원유 6월물 11만 계약을 매도했다. 이는 전날 미결제된 잔고의 20%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로 인해 6월물 원유 가격이 38% 폭락하며 7월물과 가격차가 50% 넘게 벌어지는 ‘슈퍼 콘탱고’가 일어났다.

원유 선물시장에서 원유 이티에프의 영향력이 막강해진 것은 ‘떨어지는 칼날’을 잡으려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기록적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원유 이티에프 시장규모는 60억달러로 이 가운데 미국 유에스오 펀드가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유에스오의 자산 규모는 연초 12억달러에서 지난달 중순 43억달러로 3배 넘게 불어났다. 지금은 주가 급락 여파로 30억 달러선이다. 주가가 연초 대비 80% 가까이 폭락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순유입된 자금은 약 60억달러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 원유 ETF인 미국오일펀드(USO) 주가 추이.  자료 한국투자증권
세계 최대 원유 ETF인 미국오일펀드(USO) 주가 추이. 자료 한국투자증권
유에스오는 그동안 선물 만기 2주 전에 해당 월물 계약을 팔고, 다음 월물 계약을 사는 월물 교체(롤오버)를 진행해왔다. 정상대로라면 지난 4월21일 5월물 만기일에도 유에스오의 포트폴리오는 대부분 6월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어떤 투자자도 특정 월물의 25% 이상을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몸집이 급격히 커진 유에스오는 지난달 16일 기준 WTI 6월물의 28%를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펀드 운용사(USCF)는 자산 구성을 변경해야만 했다. 유에스오가 보유 중인 6월물에서 9만 계약을 매도해 비중을 25% 밑으로 낮추고 대신 7~9월물을 편입했다.

삼성자산운용이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한 34억 홍콩달러(4억4천달러) 규모의 원유 이티에프도 6월물 2만계약을 매도해 모두 9월물로 갈아탔다. 삼성운용 현지법인은 “6월물 가격도 향후 제로나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한 푼도 못 건질 만약의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삼성운용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순자산 9000억원 규모의 코덱스WTI원유선물도 6월물을 모두 팔고 7월물(55%), 8월물(17%), 9월물(8%)로 분산시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원유선물 이티에프는 만기가 멀찌감치 떨어진 12월물만 보유 중이다. 유가 하락은 근본적으로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이 맞물린 탓이 크지만 미국과 한국에서 투자자금이 몰린 이티에프가 단기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원유선물 상장지수증권(ETN)이 보유하고 있는 물량까지 합하면 세계 원유 상장지수상품이 WTI 선물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25%를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원유 선물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월물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만기가 임박한 월물 가격이 급락하고, 만기가 많이 남은 선물 가격이 만기가 짧은 선물보다 비싸지는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원유펀드는 매달 교체과정에서 가격차에 따른 손실이 누적돼 원유 가격 수익률을 밑돌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이제 관심은 6월물 만기(5월19일)를 앞두고 5월물 만기 때처럼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재연될지 여부에 모아진다. 최근 유에스오가 4월말까지 6월물을 모두 처분하고 10월과 12월물을 편입하기로 해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다만 7월물 만기부터는 이러한 분산투자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시장의 왜곡 현상이 완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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