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카드 사용액이 줄고 신용대출 증가폭이 급감해 올해 1분기(1~3월) 가계 빚 증가속도가 느려졌다. 하지만 가계부채의 절반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은 2년 반만에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을 보면, 금융기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 잔액이 1611조3천억원으로 석달 전보다 11조원(0.7%) 증가했다. 증가 폭은 전분기(27조7천억)보다 크게 줄었지만 지난해 1분기(3조2천억원)와 견주면 많다.
항목별로 보면,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17조2천억원으로 전분기(23조1천억원)보다 축소됐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아파트 매매와 전세 거래 증가로 15조3천억원(1.8%) 늘어 2017년 3분기(15조9천억원·2.1%) 이후 증가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말 12·16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주택대출 규제가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데에는 2~3개월 시차가 발생한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증가 폭(1조8천억원)이 전분기(12조6천억원) 대비 큰 폭으로 축소됐다. 한은은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신용융자가 회수된 것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판매신용 잔액은 카드사 등 여신전문회사를 중심으로 2003년 통계작성 이후 최대인 6조1천억원이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비 부진으로 카드대금 결제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