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의 부동자금이 1100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에 달했다.
31일 한은과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부동자금의 규모는 지난 3월 말 현재 1106조338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1천조원을 넘어선 뒤 5개월 연속 불어났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한 2월에는 47조원 급증해 한달 증가폭이 처음40조원을 넘었다.
기준금리가 28일 0.5%까지 인하돼 갈 곳을 잃은 부동자금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이미 1% 안팎에 불과하다. 한은 통계를 보면 은행권의 잔액 기준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3월 2.02%에서 올해 4월에는 1.57%로 내려앉았다. 은행 예·적금 상품(1년 만기 기준) 금리는 이번주에 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상대적인 고금리를 내세워 시중자금을 빨아들였던 사모펀드는 해외금리와 연계한 디엘에프(DLF) 원금손실과 라임자산운용 펀드환매중단 사태가 겹치며 투자자들의 신뢰에 금이 갔다. 코로나19 이후 개인들의 자금이 물밀듯이 들어온 주식시장은 지난달 26일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한 뒤로 주춤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 규제 강화 등으로 자금이 몰리기 쉽지 않다.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조현수 팀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기가 더 나빠지면 실업과 소득감소로 부동산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세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상품·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에 자금이 일부 유입될 것으로 본다. 신한은행 태평로센터 오경석 팀장은 “증시가 회복했다지만 코로나 이전보다는 15% 정도 낮은 상태라 기초자산으로 주가지수를 설정한 이엘에스의 기대 수익률이 높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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