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게 9일 요구했다.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재협의하기 위해 인수계약 종결기간을 연장하자고 했다. 연합뉴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전날 HDC(에이치디시)현대산업개발(현산)의 공개적인 아시아나항공 인수 재협상 요구에 대해 “보도자료 배포가 아닌 협상테이블로 직접 나오라”고 답했다.
산업은행은 10일 채권단 입장자료를 내고 “현산 측이 요청한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 내용 관련해 효율성 제고 등의 차원에서 현산측이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또 “현산 측이 인수를 확정하기 위해 밝힌 제시조건은 이해관계자간 많은 협의가 필요한 사항으로서 서면으로만 논의를 진행하는 것의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산 측이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은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도 표명했다”고 전했다.
앞서 현산은 9일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입장 전달’이라는 자료를 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언론의 관심도가 높은 민감한 사안인만큼 서면을 통해 각자의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등 혼선은 최대한 막고, 논란의 여지는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향후에도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산은 “(채권단에) 인수 계약 관련 중대한 상황들에 대한 합리적 재점검과 인수조건에 대한 원점에서의 재협의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사도 전했다”고 강조했다.
일단 채권단과 현산 양쪽은 재협상이나 재논의를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를 서면으로 할지 만나서 할지 의견이 다른 셈이다. 산은은 “현산 쪽이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에는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표명했다”고 밝히는 등 불쾌감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산은 관계자는 “현산 쪽에서 그동안 구체적인 요구조건을 밝힌 게 없다. 그러니 공문 왔다갔다 하지말고 구체적으로 협상해보자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현산 쪽이 제기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제표의 신뢰성 문제도 “아시아나항공 쪽이 답할 문제”라고 산은 관계자는 말했다.
채권단은 이날 “산업은행은 현산 쪽이 그동안 인수여부에 관한 시장의 다양한 억측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 피력이 늦었지만 인수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양쪽 모두 인수 의지를 확인했고 재협상 카드를 열어놓겠다는 것이다. 현산은 전날, “향후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 등 상황에 따라 지속적인 영업실적 하락, 유동성 부족, 차입금 증대, 자본 잠식 등을 극복하고 산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책과 계약 체결 당시의 본원가치를 회복하는 것을 전제로 계속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현산 쪽이 제시한 조건에 대하여는 이해관계자간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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