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9일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회의를 열어 국내 주식 투자 허용 범위 조정안을 재논의한다. 기금위는 국민연금 기금의 관리 및 운용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지난달 26일 회의에서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를 벌였으나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허용 범위 조정은 지난해 12월부터 줄곧 이어지고 있는 연기금의 주식 매도 흐름과 얽혀 있는 사안이라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 증권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 통계를 보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 등은 올해 들어 이달 7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6조336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연기금 등의 이런 일방적인 순매도세에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쏟아졌고 기금위 회의가 소집된 게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금위는 이번 회의에서 올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 보유 국내 주식 비중 목표치인 16.8%를 유지한 상태에서 이탈 허용 범위인 ±5%포인트(전략적 자산 배분(SAA) ±2%, 전술적 자산 배분(TAA) ±3%포인트) 안에서 ‘전략적 자산 배분’ 허용 범위를 ±3% 또는 ±3.5%포인트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략적 배분은 기금위가 자산군별로 목표 수익률을 설정하는 것이며, 전술적 배분은 이를 전제로 펀드매니저 역할을 하는 기금운용본부가 자체 판단에 따라 시장 상황에 대응해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전략적 배분 범위가 확대되더라도 올해 말 목표 비중은 ‘16.8%±5%’로 유지되기 때문에 국내 주식에 대한 국민연금의 투자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보유 목표를 맞추기 위해 당장 기계적으로 매도해야 할 주식 물량은 줄어들 수 있다.
올해 1월 말 기준 국민연금 보유 국내 주식은 179조9689억원어치로 기금 전체 자산(855조7280억원)의 21.0% 수준이다. 작년 말 21.2%에서 약간 줄었다. 증시 활황기였던 1월에 주식을 내다 판 결과다. 1월 한 달 연기금 등은 유가증권시장에서 8조646억원 순매도를 기록했고, 이 중 대부분은 국민연금 차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금융투자 김다미·최유준 연구원은 최근 ‘연기금 수급 환경 분석’을 통해 “여유 자금 배분안에 따른 추가 유입액과 자산별 벤치마크 상승률(시장 수익률)을 고려했을 때 국민연금이 연말까지 매도할 국내 주식은 연초 대비 2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기금 등이 이미 16조원가량 순매도한 상태여서 환율·자산군별 가격 변동을 고려하더라도 올해 중 추가 매도 금액은 3조~5조원 정도로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기금위 회의는 정치적 배경에서 비롯됐다는 의심을 받는 탓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어 “주가하락을 우려한 개인투자자들의 요구와 이를 의식한 정치권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기금의 안정적·효율적 운용이 아닌 다른 목적이나 외부의 압력에 따라 검토되는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연대는 “기금위가 기금의 국내 주식투자 비중 허용 범위를 변경한다면 합당한 이유와 구체적 근거를 반드시 국민들 앞에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