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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헤리리뷰

상생 경제의 밑거름 사회책임조달

등록 2012-12-31 15:36

그래픽 이정희 기자 bbool@hani.co.kr
그래픽 이정희 기자 bbool@hani.co.kr
[헤리리뷰]
‘최대 큰손’ 정부 구매력 활용
기업 사회책임경영 이끌어야
사실 정부는 가장 큰 소비자다. 우리나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공기관이 한 해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액수는 100조원이나 된다. 국내총생산(GDP)의 8% 정도가 공공조달 시장에서 소비되는 셈이다.

조달시장 한 해 100조원 ‘GDP의 8%’

정부든 민간이든 이 정도 큰돈을 쓰면 자연스레 힘이 생긴다. 이 힘을 활용해 여러가지 좋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경제·사회적으로 취약한 부문을 지원하거나 기업들이 바르게 행동하게 할 수 있다. 특히 기업들은 공공조달 시장 동향에 민감하다. 정부에 납품한 사실을 품질을 인정받은 증표처럼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업들이 많다.

새 정부는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러려면 세금을 걷고 쓰는 방법도 과거 정부와는 달라져야 한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조달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목표를 성취하는 ‘사회책임조달’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것 때문이다.

사회책임조달은 정부와 공기업의 구매력을 이용해 기업들이 지속가능하고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경영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고용기회를 늘리고, 일자리의 질을 높이며, 사회적 취약계층의 포용을 촉진하고, 공정한 무역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아울러 사회책임조달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 조직과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갖도록 북돋워줘 상생의 공동체를 만드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유럽연합은 2004년 이후 ‘사회책임공공조달’(SRPP) 원칙을 제정해서 시행하고 있다. 2006년에는 공공구매의 낙찰 기준을 가격을 주로 따지는 ‘최저가 낙찰’에서 여러 사회적 가치를 염두에 두는 ‘최적 가치 낙찰’로 전환했다. 유럽연합은 ‘사회책임공공조달’이 유럽의 사회비전, 즉 지속가능한 성장을 통해 삶과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유럽연합 등 여러 나라에서 사회적 가치를 달성하는 수단으로 공공조달을 주목하는 것은 구매력이 크기 때문이다. 전세계 국내총생산 중 공공조달은 15% 정도 된다. 복지제도가 발달해 공공부문이 큰 유럽연합의 경우 유럽연합 전체 국내총생산의 17%를 공공조달이 차지한다.

서울 성북구, 국내 첫 관련 조례 제정

국내에도 사회책임조달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성북구는 올해 7월 ‘사회적 경제 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했다. 이를 통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조직의 제품을 우선 구매하고 있다. 또 성북구처럼 사회책임조달에 관심이 있는 30개 지자체가 모여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를 결성하는 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구매를 맡고 있는 조달청은 현재 ●여성고용 우수기업 ●장애인고용 우수기업 ●고용노동부 장관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우수기업 등에 대해 신인도에 추가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책임조달이 제자리를 잡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제도적 장벽이 많다. 낙찰 과정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만든 ‘재무건전성’ ‘유사업무 수행 경험’ 등 여러 요건이 오히려 사회적기업 같은 영세업자의 조달시장 접근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공공조달 시장이 지향하는 사회적 책임의 범위가 아직 취약계층 지원에 한정돼 있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취약계층 지원은 물론 중요하지만 사회책임의 범위를 좀더 넓혀 조달에 참여하는 대·중소기업이 이해관계자를 고려해 사회책임을 다하는 경영을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공공조달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를 높여서 경쟁력을 키워갈 필요가 있다. 사회책임조달을 언제까지 계속되는 시혜로 볼 것이 아니라 지원을 받는 기간을 발판 삼아 궁극적으로는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평가는 규율하는 기능이 있다. 어떤 잣대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개인이나 기업의 대응이 달라진다. 주주이익 극대화가 경영의 유일한 목적으로 여겨지던 시절, 금융은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잣대로, 신용평가회사는 재무건전성과 수익창출능력을 잣대로 기업을 평가했다. 여기에 주주총회는 주가상승과 연계해 경영진에 엄청난 액수의 스톡옵션과 보너스를 인센티브로 부여했다. 이러다 보니 기업은 종업원, 지역사회, 환경 등 이해관계자는 제쳐놓고 오로지 주주를 만족시키는 길로 내달렸던 것이다.

‘주주이익 극대화’ 도그마 시대는 가고

2008년 금융위기로 ‘주주이익 극대화’란 도그마는 파산했다. 이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혁신을 통해 이익도 내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란 생각이 널리 퍼졌다. 사회적 책임을 의식하는 기업은 이제 크게 3가지 새로운 평가(규율)의 틀과 함께 가야 한다.

먼저 소비에서 해당 기업이나 제품의 윤리적 기준을 따지는 똑똑해진 소비자들이다(윤리적 소비). 둘째는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기업에 투자하는 연기금 등 금융이다(사회책임투자). 마지막으로는 공공의 조달에 사회책임이란 기준을 적용해, 기업이 올바른 기업시민으로서 지속가능한 행동을 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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