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 리뷰] 스페셜 리포트
시드니 에너지 최고개발책임자 앨런 존스 인터뷰
시드니 에너지 최고개발책임자 앨런 존스 인터뷰
“작은 피시(PC)를 연결한 인터넷이 정보혁명을 이룬 것처럼, 분산된 에너지가 핵발전 같은 중앙집중형 에너지를 대체할 것이다.”
영국 런던과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앨런 존스(64)는 태양광, 풍력, 지열, 바이오 등 분산형 에너지가 에너지 공급의 주축이 될 날이 다가왔다고 말한다. 기술적인 어려움이 거의 해결됐으며 비용도 오히려 더 싸졌다는 것이다.
런던 기후변화청을 설립하고 운영해온 그는 현재 시드니 에너지·기후변화 부문 최고개발책임자를 맡고 있다. 런던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아 시드니로 스카우트됐다고 한다. 그가 주도하는 ‘지속가능한 시드니 2030’ 프로젝트는 2030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6년 수준의 30%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11월 중순 서울 국제에너지콘퍼런스에 참석하러 온 그를 인터뷰했다.
기술 난제 해결돼 비용도 낮아져
-신재생에너지는 어느 정도나 진보했나?
“신재생에너지로 필요한 에너지의 80~90%를 충당할 만한 수준에 왔다. 나머지는 천연가스 등을 활용해 보완하면 된다. 유럽은 향후 100%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목표로 한다.”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지 않나?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과 관련해서 간헐성(intermittency)이 어려움으로 얘기돼 왔다. 햇볕이 나지 않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발전을 할 수 없는 문제를 말한다. 하지만 최근의 기술적 발전은 재생에너지 발전에 돌파구를 마련해줬다. 그중 하나가 발전량이 충분할 때 물을 전기분해해 나오는 수소를 저장하는 가스저장시스템(Power to Gas)이다. 이를 통해 생산량이 들쑥날쑥한 에너지를 안정적인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다. 유럽의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노르웨이, 영국은 컨소시엄을 만들어 100기가와트의 해상 풍력 발전, 60기가와트의 태양력 발전을 가스로 전환해 유럽의 가스 그리드에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도 있지 않나?
“기술적인 난제가 해결되면서 비용이 많이 낮아졌다. 신재생에너지가 비싸다는 말은 이제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가스로 만들어 공급하는 것은 일반 발전에 비해 비용이 20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 또 신재생에너지의 좋은 점은 일단 설비를 갖춰놓으면 운영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술적인 난점도 해결됐고 비용도 적어졌다면 왜 급속히 보급이 안 되는가?
“에너지 시스템을 전환하는 것은 사실 기술의 문제라기보다 사람의 문제이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를 느끼고 동참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이때 사람들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주는가가 중요하다. 비용이 싸져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이득이란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협동조합 방식 풍력발전소 건설
시드니에서는 1000명이 2000달러씩을 내서 협동조합 방식의 풍력발전소를 지었다. 자신들이 생산한 전기를 쓰면서 이들은 투자한 원금에 대해 연 6~8%의 수익을 거뒀고, 모두들 만족해하고 있다. 이걸 경험한 사람들은 더 이상 화석연료를 사용해 중앙집중식으로 생산되는 에너지 시스템을 지지하지 않는다. 아울러 이들의 에너지 생산을 누구도 통제하지 못한다. 오직 자신들이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자율적으로 운영하며, 이런 과정이 민주주의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정부와 시민단체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나?
“처음에는 공공이 주도권을 갖고 나서는 게 중요하다. 지금의 시스템을 대체하려면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의 시스템이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 여러 분야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첫출발은 개별 소비자나 지역사회의 욕구여야 하지만 상향식(bottom-up)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인터넷’
-한국은 여전히 원자력 의존이 높고 중앙집중식 에너지 생산에 치중하고 있다.
“사람들이 재생에너지의 이점을 알게 될 때까지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부딪쳐야 한다. 앞으로의 방향은 큰 것 한방에서 작은 것들의 네트워크로 가는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 비유하자면 큰 규모의 메인 프레임 컴퓨터가 아니라 전세계 수십억대의 개인용 컴퓨터가 연결돼 매우 강력한 컴퓨팅 파워가 만들어진 것과 같다. 실제 영국 내무부는 분산된 신재생에너지 네트워크를 ‘에너지 인터넷’이라 부르기도 한다.”
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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