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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암 진단 문턱 깎는 아마추어 개발자

등록 2022-05-30 09:00

이희욱의 휴머놀로지
인공지능 의사는 의학의 새 지평을 열어줄 것처럼 보였다. 2013년 등장한 ‘닥터왓슨’은 이듬해 91~100%란 놀라운 암 진단율을 보이며 의료계를 흥분시켰다. 1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련의’ 처지다. 인공지능과 의사 중 어느 쪽이 암을 더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지는 아직도 논란거리다. 나라별로 임상 양상이 달라 진단율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도 문제다. 도입·운영 비용이 비싼 반면 수익성은 떨어지는 것도 도입을 꺼리게 만든다. 아이비엠(IBM)은 올해 2월 닥터왓슨 사업을 포기했다.

인공지능이 의료에 좀더 밀접하게 기여하는 방법은 없을까.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인공지능 의사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다면 금상첨화다. 지앙 하오도 그렇게 생각했다. 친구의 죽음이 불씨였다. 난징대학 동문이었던 친구는 34살 때 유방암 판정을 받고 4살 아들을 남긴 채 세상을 떴다. 암은 조기 발견이 무척 중요하다. 유방암은 조기 발견하면 생존율이 98%를 넘지만, 증세가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곤 한다. 2019년을 기준으로 유방암은 갑상선, 폐, 위, 대장에 이어 5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여성만 놓고 보면 발생률이 20.6%로 가장 높다.

뉴럴래드에 유방 엑스(X)선 사진을 올리면 AI가 이를 판독해 유방암 발병 여부를 알려준다.
뉴럴래드에 유방 엑스(X)선 사진을 올리면 AI가 이를 판독해 유방암 발병 여부를 알려준다.
지앙 하오는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영상의학을 전공하고 취미로 프로그래밍을 공부한 아마추어 개발자였다. 그는 누구나 손쉽게 암을 조기에 발견하도록 돕고 싶었다. 이를 위해 주요 대학 연구소에 이메일을 보내 비공개 유방암 데이터세트 이용 허락을 받아냈고, 지갑을 털어 그래픽카드 50개를 구매해 기계학습 시스템을 갖췄다. 2018년 전공 공부를 하는 틈틈이 3개월을 매달려 뉴럴래드를 열었다.

사람들이 뉴럴래드에 유방 엑스(X)선 사진을 올리면 인공지능이 판독해 유방암 발병 여부를 알려준다. 진단율은 90%를 웃돌았지만, 이용자가 내는 비용은 없었다. 정밀검진을 할 형편이 안 되거나 의료 자원이 부족한 지역 사람들은 뉴럴래드에 환호했다. 당시로선 획기적 기술이었고, 수많은 의료기관에서 감사 인사와 재정 지원이 쏟아졌다.

지앙 하오.
지앙 하오.
3년이 지난 지금, 지앙 하오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 배경에도 또 다른 죽음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동료의 사촌이 뇌종양 판정을 받고 사망했다. 사촌은 뇌종양을 치료하기 위해 전뇌방사선요법을 받았는데, 뇌세포 전반을 공격해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뇌세포까지 죽이는 치료법이다.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정위방사선요법이 있었지만, 감염 조직을 정확히 판별하고 치료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뉴럴래드.
뉴럴래드.
이 사건은 지앙 하오의 시각을 바꿔놓았다. 그는 인공지능을 암 진단만이 아니라 치료에 활용하기로 했다. 새롭게 선보인 ‘뉴럴래드 브레인’은 뇌종양 판독과 전이 과정 분석, 암세포 치료를 돕는 모델이다. 그는 2022년 미국의학물리학회 춘계 임상회의에서 이 모델을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유방 엑스선 촬영 사진 외에 가슴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으로 암 발병 여부를 판독해주는 시범 서비스도 시작했다. 윈도 피시(PC)에 직접 설치해 쓰는 유방암 판독 프로그램도 무료로 제공한다.

이희욱 미래전략팀장
이희욱 미래전략팀장
지앙 하오의 웹사이트가 의료 서비스를 대체하진 않는다. 하지만 누구나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상태를 손쉽게 진단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 장벽에 가로막힌 사람들에겐 요긴하다. 의료 자원이 부족한 지역 병원에선 뉴럴래드가 진료 도우미로 한몫 한다. 한 아마추어 개발자의 노력이 암 치료의 문턱을 시나브로 깎고 있다.

미디어전략팀장 asada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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