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엔비디아의 고성능 반도체 칩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전용 반도체 칩 직접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전용 고성능 칩을 통한 서비스 품질 차별화 전략도 주목된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는 지난 18일 자체 설계 고성능 반도체 칩 ‘
엠에스브이피’(MSVP·Meta Scalable Video Processor)와 ‘
엠티아이에이’(MTIA·Meta Training and Inference Accelerator)를 공개했다. 메타는 “엠에스브이피와 엠티아이에이는 각각 고화질 동영상 처리와 인공지능 관련 작업에 최적화된 반도체 칩”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는 자체 고화질 동영상 처리 특화 칩 개발에 나선 이유에 대해 “하루 평균 40억건의 영상이 페이스북에서 재생되는 상황에서, 동영상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은 이용자들에게 최상의 동영상 시청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최적화 칩 개발에 대해서는 “콘텐츠 이해, 뉴스피드, 생성형 인공지능, 광고 순위 책정 등 메타의 다양한 서비스에 인공지능이 활용된다. 특히 서비스와 앱 전반의 이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에 딥러닝 기반 추천 모델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추천 모델의 크기와 복잡성이 커지면서 더 많은 메모리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해졌다. 인공지능 전용 반도체가 성능과 효율성 측면에서 최적의 해결책이라고 봤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챗봇 챗지피티(ChatGPT) 개발사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실질적 대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인공지능 전용 반도체 칩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엠에스는 최근 검색엔진 ‘빙’, 업무용 응용소프트웨어 ‘오피스’ 등 제품에 인공지능 기술을
두루 적용해 나가고 있다.
구글 역시 지난달 인공지능 전용 반도체 텐서프로세싱유닛(TPU) 4천여개를 탑재한 슈퍼컴퓨터 ‘티피유 4세대’를 공개하면서 “엔비디아 에이(A)100 칩보다 속도는 1.2∼1.7배, 전력 효율은 1.3∼1.9배 높다”고 밝혔다.
미국의 컴퓨터 칩 제조업체 인텔도 22일(현지시각)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국제 슈퍼컴퓨팅 컨퍼런스(ISC)에서 고성능 컴퓨팅과 대규모 데이터 연산을 지원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팔콘 쇼어’를 2025년 출시한다는 계획 발표로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텔은 이날 “과학연구용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 개발을 위한 오로라 슈퍼컴퓨터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시엔비시>(CNBC) 보도에 따르면, 이베이에서 거래되는 엔비디아 최신 그래픽처리장치 에이치(H)100 가격이 지난해 3만6천달러(4700만원·80GB 기준)에서 최근 4만6천달러(6천만원)까지 올랐다. 정가가 1만달러(1300만원) 가량인 에이100은 1만5천달러(2천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오픈에이아이의 최신 대규모 언어 모델 지피티4에는 엔비디아 최신 칩 1만여개가 쓰였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