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보장→설비투자’ 정책 빛바래
KT·SKT등 배당 3년새 3~5배 급증
요금 짬짜미하며 ‘불통’개선 소홀 통신서비스 업체들에게 이익을 늘려주는 대신 설비투자를 유도해 정보기술(IT) 산업을 키우려는 정보통신부의 ‘아이티 839’ 정책이, 업체들이 이익의 상당 부분을 주주 배당으로 써버리는 바람에 빛바래고 있다. 특히 이익을 많이 내는 케이티와 에스케이텔레콤의 주주 가운데 절반이 외국인이어서, 아이티 839 정책이 국민 주머니를 털어 외국인 주머니를 채우는 구실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시내전화 및 전용회선 업체들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가격담합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통신업체들은 그동안 짬짜미까지 하며 통신 요금을 높게 받아 왔다. 정통부도 정보통신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재원 마련과 후발 통신업체 보호를 명분으로 통신업체들의 짬짜미 행위를 묵인해 왔다.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의 요금인하 요구를 가로막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케이티, 에스케이텔레콤, 케이티에프 등 대형 통신업체들은 통신요금으로 해마다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이동전화의 경우, 아직도 원가보상률이 130%에 가깝다. 원가보상률이란 요금이 원가보다 얼마나 높거나 낮은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100% 이상이면 요금이 원가보다 높다는 것을 뜻한다. 100%에는 이미 적정 수준의 이익까지 들어있다. 실제로 케이티는 2002년 1조9638억원, 2003년 8401억원, 2004년 1조255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2003년에 이익이 줄어든 것은 대규모로 이뤄진 명예퇴직 때문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2002년 1조5111억원, 2003년 1조9427억원, 2004년 1조4049억원의 이익을 냈다. 통신업체들은 이처럼 엄청난 이익을 내면서도 설비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케이티의 경우 2000년에는 설비투자비로 3조4834억원을 썼으나 민영화 이후 점차 줄어 2004년에는 2조2729억원으로 떨어졌다. 케이티와 보조를 맞추던 에스케이텔레콤도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다. 대신 배당을 늘리고 있다. 케이티의 배당 총액은 2002년 2129억원에서 2003년에는 4215억원으로, 2004년 6323억원으로 3년 사이에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2002년 1517억원에서 2003년에는 4049억원으로, 2004년에는 7582억원으로 다섯 배나 늘었다. 케이티에프도 지난해 처음으로 순이익 2839억원 가운데 941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한 데 이어 올해는 997억원을 배당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아이티 839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 덕에 낸 이익을 설비투자를 통한 통화품질 향상 등 소비자를 위해 써야 한다는 것이다. 좀더 높은 품질의 통신서비스 제공하도록 하고, 지키지 못했을 때는 이를 보상하게 해야 한다는 방안까지 제시되고 있다. 학계 전문가는 “통신업체 경영진들이 주주, 그 중에서도 입김이 세진 외국인 주주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정부 정책을 둔덕삼아 엄청난 이익을 내면서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통신품질이 떨어질 경우 소비자에게 더욱 큰 보상들 하도록 해 자연스럽게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정통부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지난 2월 수도권과 대구, 부산 일부에서 발생한 전화 불통사태 역시 근본적인 원인은 케이티가 투자를 게을리한 데 있다”며 “전화불통에 대해 손해배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그 시간 이상 불통되면 손해배상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평소 투자를 게을리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케이티는 전화 불통 때 손해배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10시간으로 했다가 지난 2월 불통사태 이후 6시간으로 줄였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3시간 이내로 줄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동전화는 3시간으로 돼 있다.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jskim@hani.co.kr
■‘아이티 839’란 = 8가지 신규 서비스 활성화, 3가지 인프라 구축, 9가지 신성장 품목을 키워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에 기여하겠다는 정보통신부의 정보기술산업 육성 정책이다. 8가지 서비스는 와이브로, 디지털이동방송, 홈네트워크, 텔레메틱스, 아르에프아이디, 비동기 아이엠티-2000 이동통신, 지상파디지털텔레비전, 인터넷전화. 3가지 인프라는 광대역통합망, 유비쿼터스-센서 네트워크, 차세대 인터넷주소 체계(IPv6). 9가지 신성장 동력 품목은 차세대이동통신, 디지털텔레비전, 홈네트워크, 아이티 에스오시, 차세대피시, 임베디드소프트웨어, 디지털콘텐츠, 텔레매틱스, 지능형 서비스 로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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