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포털 지난달초부터 신분증번호 요구…법령공표 없어 논란 가중
중국이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 따라 하기에 나서면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실명제 선두국가’로 소개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6일 베이징발로 중국이 지난달 초부터 사전예고 없이 시나, 소후, 넷이즈 등 주요 뉴스포털에서 댓글을 달거나 로그인을 할 때 이용자들의 실명과 신분증(공민증) 번호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의 포털 편집책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7월 말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비밀리에 내려온 지시에 따라 미등록 사용자가 로그인할 때 실명과 신분증 번호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그동안 피시방 이용 때 실명 확인을 거치도록 하거나, 올해 초 항저우 시의회가 인터넷 실명제를 추진하다 반발로 중단한 적이 있을 뿐 전국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에 실명제를 적용한 적은 없다.
중국 당국은 구글에서 민주화 운동이나 분리독립 운동과 관련된 검색 키워드 자체를 검열한 뒤 서비스하도록 하고 있다. 누리꾼들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나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대한 접속 자체를 차단해, 중국에서는 유튜브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이용할 수 없다.
일찍이 인터넷 검열이 이뤄지고 있지만 중국에서도 실명제 도입을 둘러싸고는 논란이 뜨겁다. 당국은 2003년부터 여러 차례 도입을 시도했으나 반대에 부닥쳐 시행하지 못했다. 중국 내에서는 실명제에 대해 당과 정부를 중심으로 사이버공격과 그릇된 정보 유통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찬성론과, 표현 자유를 억압하고 산업 발전을 방해한다는 누리꾼의 반대론이 충돌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의 실명제 옹호론자들이 한국에서 이미 실명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예시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실명제는 한국과 달리 법령의 공표 없이 몰래 이뤄지고 있으며, 전면 강제 실시도 아닌 일부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시범적 차원이다. 7일 현재 실명을 요구하는 중국 주요 사이트에는 실명이 아닌 이름과 가짜 신분증 번호를 넣어도 접속이 가능한 상태다. 구글차이나를 통해 중국에서 ‘검열된 결과’를 제공하는 구글 쪽 관계자는 “구글은 중국에서 검색 서비스만 제공할 뿐 유튜브와 같은 이용자생산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당국이 실명제를 실시하더라도 한국에서와 같은 경우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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