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개발자들 퇴출운동 벌여
보안취약·웹표준도 안지켜
보안취약·웹표준도 안지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6 퇴출’ 불길이 국내로 옮겨 붙었다. 웹개발자 이영재(30)씨는 지난 9일 ‘익스플로러6 이제 그만’ 홈페이지(ie6nomore.kr)를 열고 100만명을 목표로 한 서명운동과 배너달기에 나섰다.
이씨는 동업자인 미국인 친구 빅터 칭과 함께 미국의 디그닷컴(digg.com)과 유사한 댓글 및 뉴스 공유 서비스인 펌글(pumpl.com) 사이트를 개발하다가 최종 테스트 단계에서 익스플로러6 최적화 때문에 숱한 고생을 한 뒤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고 동기를 밝혔다.
웹 표준을 따라 디자인한 사이트가 파이어폭스, 익스플로러8, 크롬, 사파리 등 다른 브라우저에서 문제없이 구현됐는데, 익스플로러6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 정상 작동하지 않고 문제를 일으켰다. 하지만 한국에서 익스플로러6는 가장 많은 사용자들이 인터넷을 접속하는 환경이기 때문에 이를 무시한 채 다른 브라우저에서만 정상 작동하도록 사이트를 오픈할 수도 없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가를 살피다가 인터넷 익스플로러6가 웹표준을 지키지 않아서 생긴 문제임을 알게 됐고, 세계적으로 ‘IE6 Nomore’ ‘IE6 Must Die’와 같은 퇴출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과 유튜브, 페이스북, 디그닷컴 등 유수의 사이트는 익스플로러6 사용자에게 다른 브라우저로 바꾸라고 권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이씨는 세계 어느 곳보다 익스플로러6의 점유율이 높은 한국이지만, 외국과 달리 본격적인 퇴출 움직임이 없다는 점을 의아하게 여기고 친구와 함께 캠페인에 나서기로 했다.
이씨는 ‘익스플로러6 이제 그만’ 캠페인을 시작하기에 앞서, 국내 트위터 이용자들을 상대로 접속 브라우저를 조사한 결과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국내에서 웹브라우저 이용률을 조사하면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98%로 나타나고 그중에서도 익스플로러6가 가장 높은 50% 이상을 차지하지만, 트위터 접속자 집단에서는 파이어폭스 사용률이 40% 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4만~5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국내 트위터 사용자가 대부분 얼리어답터 그룹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최신 정보기술을 능숙히 쓰는 사람들은 익스플로러6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씨는 “국내에서 피시를 살 때 설치돼 있는 윈도엑스피와 익스플로러6를 기본환경으로 놓고 업그레이드하지 않는 이용자들이 많다”며 “기술이나 인터넷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낡은 제품을 그대로 써서 불편을 겪고 있는만큼 이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익스플로러6는 2001년 만들어져 운영체제 윈도엑스피(XP)와 묶여 보급됐다. 그 뒤 나온 브라우저들에 비해 현저히 보안이 취약하고 웹 표준을 지키지 않아 인터넷 환경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엠에스도 사용자들에게 익스플로러8 등 웹표준과 보안성을 강화한 제품으로 변경하라고 권하고 있다.
퇴출 운동의 영향으로 넷어플리케이션스에 따르면 지난달 익스플로러6의 점유율은 24.8%로 2.4%포인트가 떨어졌다. 이씨는 캠페인 사이트에 구글의 크롬, 모질라재단의 파이어폭스3.5, 애플의 사파리4, 엠에스의 익스플로러8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트위터에도 계정을 열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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