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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트위터에 가짜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등록 2010-01-19 14:35수정 2010-01-19 18:11

이명박 대통령 트위트.
이명박 대통령 트위트.
어제 저녁 계정 열어 수백명 친구 등록
청와대 “개설한 적 없다…누군가 사칭”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18일 저녁 9시께 실시간 단문블로그인 트위터(www.twitter.com) 국내 사용자들은 이 시각 새로 계정을 등록한 ‘이명박 대통령’을 친구삼고 추천하는 글을 여럿 올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드디어 트위터를 시작한 것인가?

지난해 6월 이 대통령이 미국 방문 당시 조지워싱턴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을 때 한 강연에서 “새로운 기술과 문명이 등장하면서 소통하고 대화하는 방식들도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트위터 가입을 생각해보려고 한다”고 말한 것을 떠올리며, 마침내 이 대통령도 트위터에 입문했다고 트위터 가입자들은 판단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은 ‘twitter.com/PresidentLee’로, 이명박 대통령이 손을 들어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라고 인사하는 사진과 함께, 홈페이지로 청와대(www.president.go.kr)를 연결시켜 놓았다.

자기소개(Bio)는 ‘17대 대한민국 대통령(현직)’이라고 영문과 한글로 소개했다.(이 소개는 19일 오전 부분 수정됐다.) 이 계정에는 등록 직후 올려놓은 “2010년 대통령 신년사 tinyurl.com/yldv5y6”를 시작으로 모두 12개의 글과 이 대통령의 최근 동정과 관련한 청와대 홈페이지의 뉴스와 동영상이 올라 있다.

다른 글들도 대부분 이 대통령의 연설과 해외언론의 기사 모음 등 이 대통령의 홍보를 위한 내용이었다.


-李 대통령, 2010년 신년 국정연설 tinyurl.com/yk7wg4u
-佛, 르 피가로紙 한국 원전 특집 기사 게재 tinyurl.com/yaopf9q
-李 대통령, 인도 국빈방문·다보스포럼 참석차 24일 출국 inyurl.com/yz5vust
-Newsweek紙 ‘이 대통령의 한국 국격 제고 특집 기사 게재 tinyurl.com/ycnj5a8
-李 대통령, 말씀모음집 발간 tinyurl.com/ykyq55k

이 계정은 배경화면을 특별히 설정하고, 인터넷링크 주소도 단축해서 사용하는 등 트위터의 다양한 기능을 제대로 사용한 ‘파워 유저’의 모습을 보여줬다. 트위터에 등장한 ‘이명박 대통령’은 짧은 시간 동안 수백명으로부터 친구(팔로어)로 등록되고, 자신도 팔로어보다 많은 숫자의 트위터 이용자들을 친구로 등록하는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이는 ‘가짜 이명박’이었다.

김철균 청와대 뉴미디어홍보비서관은 19일 오전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트위터 계정을 개설한 적이 없다” 며 “청와대랑 상관없이 누군가 이 대통령을 사칭해 장난을 친 것 같다”고 밝혔다. 김 비서관은 “이 대통령을 사칭한 트위터 계정은 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며 “해외 유명인물을 대상으로 한 가짜 계정도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인터넷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김 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향후 트위터 가입 여부의사 공개를 묻는 질문에 대해 “국내 서비스들도 있는 만큼 시간을 갖고 고려하겠다”며 “청와대 내부에서도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나를 비롯한 비서진들이 트위터에 계정을 열고 사용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년 전부터 '가입 검토'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검토중'이다. 일찌감치 트위터를 시작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10만명의 팔로어가, 올해 초 계정을 연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18만명의 팔로어가 따르고 있다.

김 비서관은 이 대통령을 사칭한 계정 개설자에 대해서도 별도의 조처를 취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소 대통령을 사칭하는 경우라면 바로 처벌 대상이 되겠지만, 이번 경우엔 “누가 사칭했는지도 모르고, 서비스 업체 또한 해외에 있어 국내법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규제를 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설명으로 트위터의 ‘이명박 대통령’은 ‘가짜 계정’으로 드러났지만, 이는 글로벌 서비스와 한국의 인터넷 규제 현실이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이용자가 10만명을 넘으면 인터넷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 대상이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때 웬만하면 실명확인을 거칠 수밖에 없고 상대 또한 자신처럼 주민등록번호 인증을 통해 실명 여부를 확인받았을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는 한국만의 특수한 환경이고, 트위터와 같은 글로벌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메일 주소와 아이디, 비밀번호만이 필요할 따름이다.

더욱이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트위터와 같은 단문블로그에 대해 인터넷실명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방송통신위는 “트위터는 불특정 다수에 노출되는 인터넷 게시판이 아닌 사적 메시지의 공간이어서, 본인확인제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겨레>에 밝힌 바 있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인터넷 환경에서 익명의 사용자가 올린 메시지 전파로 일어날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게 ‘인터넷실명제’이지만, 휴대폰이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서 간편하고 빠르게 메시지가 전달되는 가장 빠르고 강력한 새로운 통신수단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는 모순적 상황이다.

가짜 ‘이명박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은 장난삼아 시도된 하나의 해프닝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는 인터넷실명제와 아이피 추적 등을 통해 인터넷에 대한 통제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한국에서 일어났고 더욱이 아무런 대응책이 없다는 점에서 글로벌 서비스 환경에서 ‘인터넷 통제와 감시’가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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