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 건의한 대표적인 규제 개선 요청 사항
지경부 “개선위 만들겠다”
방통위도 유사조직 예정
인력·시간낭비 논란 불가피
방통위도 유사조직 예정
인력·시간낭비 논란 불가피
지식경제부(지경부)는 14일 정보기술(IT)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아이티·소프트웨어 규제개선 민관 합동 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새로운 사업을 가로막거나 정보기술 분야와 다른 산업의 융합을 지연시키는 각종 규제들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라며 반겼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유사한 조직을 발족시킬 예정이라 ‘영역다툼’이 우려되고 있다.
■ 아이티 업계를 강타한 ‘외부충격’ 규제개선위는 오는 6월까지 정보기술 업계와 이용자들로부터 각종 규제에 대한 의견을 받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고칠 필요가 있는 규제안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국경위) 등에 올려 개선할 예정이다. 또 지경부는 새로운 사업거리를 만들거나 산업 간 융합을 이루려 할 때 장애물이 되는 규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산업융합촉진법’ 제정을 서두를 예정이다.
정부가 규제개선위를 출범시킨 배경은 스마트폰 등을 통한 모바일 인터넷의 확산이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출범 이후 내놓은 아이티 정책의 틀은 자율성보다는 규제 강화에 무게가 더 실려 있었다. 예를 들면 방통위의 2009년 10대 과제에서 인터넷과 관련한 내용은 ‘인터넷 역기능 방지’(신뢰성 제고)뿐이었다.
지경부가 이날 ‘개선해야 할 대표적인 규제’라고 소개한 내용들도 역설적으로 정부가 지난 2년간 강화해 왔던 정책들이다.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 강화와 ‘게임물 사전심의제’ 그리고 스마트폰에서도 공인인증서를 의무화한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구글은 인터넷 실명제를 거부하면서 한국 이용자한테는 자사의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 코리아’ 사이트에 동영상을 올릴 수 없도록 막아 버렸다. 애플의 아이폰 도입 초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브엑스 기술로 만든 공인인증서를 쓰도록 해서 아이폰에서는 전자결제를 할 수 없게 한 것도 문제성 규제로 꼽혔다. 결국 구글과 애플이 주도하는 디지털 혁신에 한국 정부도 뒤늦게 손을 든 것이다.
■ 이제는 영역다툼 우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달 발표한 전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순위를 보면 한국은 이동전화·초고속통신 가입자와 인터넷 이용률 등을 따진 활용도에서는 전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행정규제, 창업 절차, 언론 자유 등을 포함한 시장 환경은 43위였고,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 수준과 정보통신 관련법의 수준 등을 따진 정치·규제 환경은 38위였다. 이런 상황을 보면 규제 개선을 위해 정부가 나서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각 부처가 한꺼번에 나서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통위에서도 조만간 (지경부와) 유사한 규제개혁 태스크포스를 발족할 예정”이라며 “언제는 규제 만든다고 불려다니고, 이제는 규제 없앤다고 이리저리 불려다녀야 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지경부 관계자도 “방통위에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방통위가) 별도로 하겠다고 해서 우리가 먼저 발족하게 됐다”고 말해, 규제개혁 과정의 업무 중복과 혼선 가능성을 인정했다. 규제개혁 관련 조직을 별도로 띄우게 되면 영역이 겹칠 수밖에 없어 인력과 시간 낭비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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