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써봤어요] 후지필름 ‘파인픽스 HS10’
24~720㎜ 30배 줌 장착 이미지 처리속도 떨어져
24~720㎜ 30배 줌 장착 이미지 처리속도 떨어져
후지필름에서 나온 디지털카메라 ‘파인픽스 에이치에스(HS)10’을 한달여 써봤다. ‘똑딱이’라 일컫는 콤팩트 디카도 아니고, 렌즈교환식 하이브리드 디카도 아닌, 특성이 뚜렷한 렌즈일체형 디카다. ‘고사양(하이엔드)’이란 수식어가 붙은 콤팩트 디카로, 광학줌 렌즈의 성능이 탁월하다. 24~720㎜ 30배 줌을 구현하는데, 수동식 광학줌 렌즈 기능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수동식 줌은 렌즈를 직접 손으로 움직여 줌 범위를 즉시 설정하기 때문에 콤팩트 디카에서 흔한 자동식 줌에 비해 편리하다.
겉모습은 일안렌즈교환식 디카(DSLR)를 방불케 하고 줌 렌즈를 조작하는 방법 등 유사한 점이 많지만, 렌즈를 교환할 수 없다는 게 다르다. 이 디카는 렌즈를 바꿀 필요 없이 광각에서 망원까지 촬영이 가능한 30배 줌 렌즈를 탑재해, ‘올인원’(All In One)을 지향한다. 무게는 636g이다. 최근 200g대에 본체가 공급되는 하이브리드 디카에 비하면 중량감이 있지만 다양한 렌즈를 따로 휴대할 필요 없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 렌즈교환식 디카에서도 많이 쓰이는 줌 렌즈는 200㎜ 안팎이고, 이런 렌즈를 휴대할 경우에는 본체가 콤팩트 디카만한 하이브리드 디카라 해도 부피와 무게가 만만치 않다.
30배 광학줌으로 피사체를 당겨 보면 놀랍다. 맨눈으로 보이지 않던 피사체의 세밀한 부분이 망원경으로 보는 것처럼 확대돼 나타난다. 사진 전문가들 중에는 사람 눈에 보이는 대로인 50㎜ 렌즈의 표준화각을 최고로 치고 줌 가운데서도 대상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발 줌’이 으뜸이라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발 줌’으로 다가가기 힘든 곳도 많다. 등산을 하다가 건너편 봉우리에 날아든 산새나, 배 갑판 위에서 멀어져 가는 선착장의 풍경은 가능한 오래 담고 싶은 순간들이다. 특히 다양한 렌즈를 휴대하고 다니기 힘든 여행객에겐 광각과 망원렌즈를 한 몸에 지닌 디카가 요긴하다. 국외출장에서 써보니 더 편리했다. 수백미터 건너편에 있는 성당의 조각을 클로즈업해서 바로 앞에 서 있는 것처럼 찍을 수 있고, 광각을 선택해 화각을 넓히면 맨눈으로 보는 것보다 광범위한 풍경을 담을 수 있다.
1030만 화소에 초당 10컷의 고속연사가 가능하다. 최근 디카의 트렌드인 ‘합성’ 기능이 채용됐다. 사진 속에 움직이는 사물을 지워주는 기능이 있고, 5장을 연속촬영해 움직임을 기록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 수도 있다. 한번 셔터 동작으로 줌 배율을 달리한 석 장의 사진을 찍는 줌브라케팅 기능도 편리하다.
아쉬운 것은 다양한 기능을 원활히 지원하기에 이미지 처리속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720㎜ 고배율 줌은 편리하지만, 장총으로 멀리 있는 과녁을 조준할 때처럼 흔들림이 많았다. 3중으로 떨림방지 기능이 채용됐는데도 실제로 그 화각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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