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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스마트폰은 ‘IBM 전철’ 피해갈까?

등록 2010-10-24 20:02수정 2010-10-25 09:07

피시 대중화 뒤 하드웨어 부가가치 떨어져 IBM 철수
디자인·플랫폼 개발이 삼성·엘지 등 제조업체 살길
전문가용 프리미엄 상품이던 것이 범용 보급형 제품이 되면 어떤 변화가 닥칠까?

스마트폰의 빠른 확산으로 국내 정보기술(IT)업체들이 새로운 화두를 맞았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은 10월 말 현재 500만대에 육박했고, 휴대전화 신규 가입자의 40%가량이 스마트폰을 선택했다. 내년에는 이 비중이 5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업체들의 열띤 경쟁은 스마트폰 대중화를 촉진하고 있다.

‘손안의 컴퓨터’로 불리는 스마트폰은 복잡한 기능 때문에 얼리어답터나 비즈니스맨 등으로 수요층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어긋났다. 한편으로는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개인용컴퓨터(PC)의 확산 구조와 유사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PC와 같다 최근 나오는 스마트폰들은 겉모습과 성능이 서로 닮았다. 국내 출시된 삼성전자, 엘지(LG)전자, 팬택, 모토롤라, 소니에릭슨 등의 최신 스마트폰은 1㎓ 빠르기의 중앙처리장치에 대부분 안드로이드2.1(일부 2.2)을 운영체제(OS)로 탑재했다. 디자인과 조작법(UI)이 업체별로 다르지만, 안드로이드3.0부터는 일종의 ‘기준’이 제시되면서 더 닮은꼴이 된다.

이달 들어 미국과 유럽 등에서 본격 출시된 엠에스의 윈도폰7의 경우, 단말기 제조회사는 다양해도 제품은 거기서 거기다. 미리 주요 하드웨어와 디자인 규격이 정해진 탓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엘지전자, 에이치티시(HTC)가 각각 내놓은 윈도폰7은 모두 퀄컴의 1㎓ 스냅드래건칩과 500만화소 카메라를 채택했다.

시장이 성숙하면 제품들은 비슷해지기 마련이다. 이는 개인용컴퓨터의 대중화 과정에서도 나타난 현상이다. 다양한 플랫폼의 피시가 여럿 있던 초기 피시 시장은 ‘엠에스 운영체제를 갖춘 아이비엠(IBM) 호환 피시’라는 플랫폼이 구축된 뒤로 부품별 모듈화만 빠르게 진행됐다. 피시 값은 크게 떨어졌고 업체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그러나 피시 제조업체가 만들어내는 부가가치가 시간이 갈수록 낮아졌다. 피시의 대명사 아이비엠조차 적자를 못 이겨 피시사업에서 철수했고, 그 브랜드는 한국을 거쳐 현재 중국에 넘어가 있다. 피시의 최대 부가가치는 ‘인텔인사이드’의 인텔과 ‘윈도’의 엠에스 몫으로 돌아가고 제조회사들은 극심한 가격경쟁에 내몰렸다. 스마트폰이 피시처럼 대중화·범용화하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도 안드로이드폰이나 윈도폰을 단순 조립하는 업체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 PC와 다르다 엘지경제연구원 손민선 책임연구원은 최근 ‘스마트폰의 2단계 경쟁’이란 보고서에서 “피시와 달리 모바일 기기는 운영체제, 칩 제조업체, 단말기 업체의 숫자가 비슷해 한쪽의 협상력이 크게 강하거나 약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폰 시장이 피시와 유사한 특성을 갖고 있지만, 하드웨어의 차별성 또한 여전히 중요한 경쟁요소라는 얘기다.


특히 늘 휴대하면서 만지작거리는 스마트폰은 과시적 용도를 가진 개인 기기라는 점에서, 한곳에 놔두고 쓰는 피시와 다르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스마트폰은 컴퓨터에 패션이 결합한 형태여서 피시와는 다른 양상으로 시장 판도가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능 위주의 조립피시와 달리, 스마트폰 수요자들은 옷처럼 브랜드와 최신 유행을 고려해 제품을 선택한다. 이런 성격의 시장에서 다양한 새 제품들이 쏟아지면, 제품 교체 주기는 더 빨라지고 결국 스마트폰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패션트렌드’를 만들며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선 피시 시장의 엠에스와 인텔 같은 절대강자가 없고, 다양한 운영체제와 칩셋 제조업체가 공존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 역시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공급자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노키아의 경우 스마트폰 판매량으로는 세계 1위이지만, 낮은 수익성으로 위기에 놓였다. 전용 플랫폼을 가진 애플과 블랙베리가 높은 수익을 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가 독자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바다를 개발해, 웨이브폰을 출시한 배경도 하드웨어 제조만으로는 장기적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대중화는,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적 능력에 치중해온 국내 업체들에 어려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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