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의 종말
디지털화 된 개인정보
시효없이 지구적 유통
디지털화 된 개인정보
시효없이 지구적 유통
<한겨레>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개인정보가 무차별적으로 노출됨으로써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기 위해 앞으로 격주로 화요일치 ‘디지털 세상’ 면에 ‘프라이버시의 종말’이라는 꼭지를 운영한다.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끝났다.”
꼭 1년 전,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 서비스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소셜네트워크 시대에 달라진 인간관계를 이렇게 한마디로 규정했다. 당시 저커버그의 말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그의 지적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 기존의 대응 방법은 송두리째 뿌리가 흔들리며 전혀 새로운 접근을 요구받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려면 피할 수 없는 변화다.
프라이버시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서 그 내용이 달라지는데다, 같은 사회 구성원이라도 상황과 대상에 따라 잣대가 전혀 다르게 적용되는 복잡한 개념이다. 무엇보다 프라이버시란 집단으로부터 독립된 주체적 자아와 개인의 영역을 확립한, 근대성의 기반을 이루는 핵심개념이다.
지금은 부부 침실과 청소년기 자녀방이 인간적 삶의 기본 조건으로 여겨지지만, 한두 세대 전만 해도 한 방에서 3대가 기거하는 게 드물지 않은 모습이었다. 서유럽 산업혁명기엔 한 방에 여러 사람의 집단적 주거가 이뤄진 탓에, 심지어 성관계나 용변도 같은 공간에서 흔히 이뤄지곤 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엔 복도라는 게 없어 방과 방을 직접 통해야만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프라이버시는 사유재산과 독립된 개인의 탄생과 더불어 출현했고, 독립된 거주 공간 확보를 통해 그 개념이 현실화했다. 1890년 미국의 대법관 루이스 브랜다이스는 프라이버시를 “홀로 있을 권리”라고 특징 지우며 “진보된 문명세계에서 살고 있는 개인에게 필수적 권리”로 구체화했다. 우리 헌법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인격권의 핵심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유엔 세계인권선언도 프라이버시권을 기본권으로 명시했다.
이러다 보니, 개인이나 단체·기업 등 민간의 관할 아래 있는 정보나 공간에 대해 권력이 자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고, 영장 등 엄격한 조건 아래서 예외적으로 그 접근을 허용하도록 명문화시키며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기본권으로 확보해온 게 근대 이후 시민사회의 권리투쟁 역사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인적 영역을 보호하고 공인이나 공동체 안전 등에만 예외를 두는 쪽으로 자리 잡던 프라이버시 개념은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그 배경엔 디지털 시대를 맞아 개인정보가 ‘디지털화’를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음으로써, 지구적 차원에서 유통되는 현실이 있다. 예전엔 프라이버시 노출에 해당하는 정보가 설령 일시적으로 일부에 노출되더라도, 시간과 공간적 거리에 따라서 자연히 낡고 망실되기 마련이었지만, 디지털 시대엔 모든 게 달라졌다. 한번 만들어진 정보는 유통기한 없이 영구 노출될뿐더러, 피해는 회복할 길조차 없다. 더욱이 페이스북처럼 개인정보를 서로 공유하게 만드는 서비스들은 이용자들의 찬사를 받으며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몇년 전에 낙서하듯 쓴 ‘별것 아닌’ 글이 훗날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거나, 또는 디지털 정보의 특성에 대한 종합적 이해 없이 이들 서비스를 손쉽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프라이버시의 보호 대상과 영역을 따지기에 앞서서 모든 게 0과 1로 치환돼 어딘가에 영구 보존되기 마련이다. 디지털 정보의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시급히 필요한 이유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문제는 몇년 전에 낙서하듯 쓴 ‘별것 아닌’ 글이 훗날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거나, 또는 디지털 정보의 특성에 대한 종합적 이해 없이 이들 서비스를 손쉽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프라이버시의 보호 대상과 영역을 따지기에 앞서서 모든 게 0과 1로 치환돼 어딘가에 영구 보존되기 마련이다. 디지털 정보의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시급히 필요한 이유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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