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의 개선 요구 수용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의 개선 요구를 받아들여 국내에서 개인정보 보호 관련 서비스를 개선하기로 했다. 실명제가 적용되지 않는 페이스북의 개인정보에 대해 개선을 요구한 과정에서 국내 인터넷실명제의 모순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에 개인정보 보호 수준이 국내 정보통신망법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며 개선을 요구한 것에 대한 회신을 받았다며, 그 내용을 20일 공개했다. 페이스북 회신에서 개인정보 취급 절차의 한글화를 비롯해 회원 가입 시 개인정보 수집 동의, 개인정보 제3자 제공 시 이용목적·보유기간 고지 등의 절차를 오는 3월까지 국내 법규에 맞게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광수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은 “국외 인터넷서비스 업체에 개인정보 보호 개선을 요구해 개선 약속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다른 글로벌 사업자에도 국내법 준수를 유도하고 개별적 협의 창구를 만들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의 인터넷실명제는 이번에도 실효성과 형평성 문제를 불러오며 모순에 빠지고 있다. 인터넷실명제를 적용하지 않는 페이스북은 ‘한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개선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지만, 적용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 접속 장소나 한국어 서비스 사용자를 대상으로 제한한다 해도 실제 그 사용자가 한국 국민임을 특정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서비스들은 인터넷실명제를 통해 사용자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고 있지만, 페이스북과 같은 국외 서비스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어 사용자의 신원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페이스북처럼 사용자가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실명 확인을 거치지 않고 ‘자발적으로’ 게시하는 개인정보를 ‘진실된 정보’라고 간주해 개선을 요구한 것은, 그동안 국내 서비스에 적용되어온 실명 확인 절차가 불필요하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입증하는 사례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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