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CEO에 래리 페이지…슈밋은 경영일선 한발 뒤로
페이스북·트위터 등 도전에 위기감…혁신 고삐 죌듯
페이스북·트위터 등 도전에 위기감…혁신 고삐 죌듯
세상 물정에 밝고 믿음직한 ‘삼촌’에게 맡겼던 살림을 10년이 지나 장성한 진짜 주인이 되찾아오는 것일까? 아니면 혁신 에너지 재충전을 위해 30대의 창업자 겸 오너가 직할 경영에 나서는 것인가?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의 대표이사 겸 최고경영자(CEO)가 에릭 슈밋(55)에서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38)로 바뀐다. 구글은 20일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하는 자리에서 오는 4월4일부터 래리 페이지가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을 지휘하고 에릭 슈밋은 대표이사에서 회장으로 물러난다고 밝혔다.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37)은 전략 프로젝트와 신제품 개발에 전념하게 된다. 슈밋은 구글 공식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자신은 앞으로 협상·제휴·대관 등 대외 업무를 맡고 두 공동창업자에 대한 자문구실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에릭 슈밋은 컴퓨터 전문가로 제록스 팰로앨토연구소와 벨연구소를 거쳐 선마이크로시스템 최고기술책임자(CTO), 리눅스업체인 노벨 대표이사를 지내다 2001년부터 구글에 합류해 10년 동안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에릭 슈밋은 스탠퍼드대 박사과정 학생이던 페이지와 브린이 1998년 공동 창업한 검색전문 회사 구글을 오늘날 세계 최대의 인터넷기업으로 키워낸 최대 공로자다. 뛰어난 검색알고리즘 개발능력을 갖춘 20대 공동창업자한테는 제품과 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연구·개발(R&D)에 전념하도록 하고, 자신은 기업 활동 전반을 맡아 ‘구글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 2004년 기업 공개 당시 270억달러였던 구글의 기업가치는 현재 2000억달러 수준으로 커졌다. 뛰어난 검색 품질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수익기반을 갖추지 못했던 구글은 지난 10년간 전세계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온라인 광고, 동영상, 모바일 등 신규 분야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현재 임직원 수 2만4000명의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구글은 경영실적도 괜찮은 편이지만, 최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신생 기업에 비해 혁신 능력이 뒤지고 실행력이 떨어지는 관료문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에 구글의 핵심 인재들이 페이스북 등으로 옮기는 일도 여러 차례 있었다. 구글 부사장이던 셰릴 샌드버그가 2년 전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옮기는 등 실리콘밸리의 동력이 구글에서 페이스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또 페이스북이 방문자 숫자와 페이지뷰에서 구글을 앞서고, 구글은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나 스마트텔레비전 분야에서 잇따라 ‘쓴맛’을 보고 있다. 이는 경영·제품·개발을 각각 맡아왔던 슈밋·페이지·브린의 트로이카 경영체제의 효율성에 대한 회의로 이어졌다. 래리 페이지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주된 역할중 하나는 구글을 민첩하면서도 신생기업의 영혼과 열정, 속도를 가진 거대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구글은 이날 투자설명회(IR)에서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25억4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분석가들의 예상 수준을 웃도는 실적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래리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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