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28 18:50
수정 : 2005.07.13 03:10
법원,매직엔 무단가입 이용자에 위자료 승소 판결…6만9000명 줄소송 예고
케이티에프(KTF) 이동전화 가입자 신아무개씨는 2001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신이 가입하지도 않은 ‘월정액 매직엔’이라는 무선인터넷 부가서비스 명목으로 넉달치 요금 1만5313원이 부과된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 당시 매직엔을 지원하지 않는 단말기를 쓰고 있던 신씨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케이티에프와 통신위원회에 민원을 냈고 요금을 환불받았다.
2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8부(재판장 최병철)는 신씨와 같은 피해를 본 이동통신 가입자 145명이 케이티에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요금환불 외에 한 사람당 30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리점이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부가서비스에 무단가입시킨 행위는, 이용약관 및 정보통신법에 정한 개인정보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케이티에프는 매직엔 가입 유치를 독려한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될 위험이 있었고 부당요금 납부에 따라 정신적 고통을 입은 점 등을 종합해 위자료 액수는 30만원으로 정한다”고 덧붙였다.
케이티에프는 2001년 7월부터 이동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해 문자·그림을 이용할 수 있는 ‘매직엔’ 가입을 유치하면 대리점에 일정액의 수수료를 떼주는 식의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 뒤 각 대리점에서는 다른 대리점 가입 고객이나 무작정 전화번호를 입력해 나타나는 고객의 신상정보를 이용해 ‘매직엔’ 서비스에 무단가입시키고 나중에 슬그머니 해지하는 등의 유치경쟁이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케이티에프는 2002년 정보통신법 위반 혐의로 벌금 2천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기도 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참여연대는 “요금 환불이나 30분 무료통화 제공 등 소극적인 대응을 해온 이동통신업체들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피해자가 수만명에 이르는데도 이번 판결의 효력이 소송 당사자들에게만 미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하루빨리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매직엔’에 무단가입된 고객이 6만9천여명에 이른다는 2002년 1월 통신위원회의 실태조사 결과에 비춰볼 때, 비슷한 피해를 본 사람들의 집단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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