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연 “구글, 거대해지면서 느려져…페북, 도전·성장기회 줘”
앨런 유스타스 구글 수석부사장이 27일 공식 블로그에 올린 글이 정보기술(IT)업계 취업 희망자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다. 회사 설립 뒤 최대 규모인 6000명 넘는 인원을 올해 뽑을 예정이며, 전 세계에서 최고 인재를 찾는다는 내용이다.
유스타스 부사장은 “맨땅에서 웹 기반 운영체제를 만들었고, 1억 기가바이트 넘는 인덱스를 순간검색하고, 자동운전 자동차를 개발했던 것처럼 구글은 컴퓨터 과학에서 가장 난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똑똑하고 창조적인 인재를 찾고 있다”며 “구글에서 대부분의 업무는 소규모 팀 단위로 이뤄져 있어 벤처기업처럼 효율적이고, 대부분 구글 직원들이 회사에서 경력을 쌓으며 새 도전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수시 채용을 해온 구글이 대규모 채용 공고를 내고, 구글에서 일하는 게 벤처기업과 견줘 어떤 이점이 있다고 홍보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별히 홍보하지 않아도 우수 인재가 몰려들던 실리콘밸리 ‘인재의 블랙홀’인 구글의 채용 문화가 확 달라진 것은, 페이스북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구글의 핵심 서비스들을 개발하고 성장을 이끌어온 수석엔지니어와 임원 상당수가 최근 페이스북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페이스북 직원 2000여명 중 7%에 해당하는 137명이 구글 출신이며, 이들 대다수가 구글과 사업영역이 겹치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왜 숱한 인재들이 구글에서 페이스북으로 옮기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가 이날 ‘구글과 페이스북의 인재전쟁’이라는 보고서를 내어, 페이스북이 우수 인재를 끌어당기는 배경을 조명했다. 김재원 선임연구원은 “페이스북은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모델로서의 창업자가 있으며 특히 기업공개를 앞둔 신생기업으로서 스톡옵션 등 직원들에게 막대한 재산 형성의 기회를 제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혁신이 일상화한 실리콘밸리에선 돈 말고도 새로운 도전과 성장 기회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최근 구글에서 페이스북으로 옮긴 한 직원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은 거대해져 느리게 움직이는 회사가 돼 버렸고, 페이스북은 이에 견줘 모든 일이 재빠르게 이뤄진다”고 이직의 이유를 밝혔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검색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분야에서 한발 늦게 뛰어들었지만 둘다 혁신적 기능을 내세워 기존 강자들을 제압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혁신을 지향하는 사람’에서 찾는 것도 같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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