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태블릿OS ‘허니콤’에
화면크기·내부사양 안맞아
콘텐츠 작동 원활할지 의문
경쟁제품 나오는데 시간걸려
선두효과는 당분간 지속될듯
화면크기·내부사양 안맞아
콘텐츠 작동 원활할지 의문
경쟁제품 나오는데 시간걸려
선두효과는 당분간 지속될듯
삼성전자가 전용 운영체제(OS) 없이 만들어낸 ‘갤럭시 탭’이 진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구글이 마침내 태블릿피시 전용 운영체제 ‘허니콤(안드로이드 3.0)’을 공개하고, 모토롤라 도시바 엘지(LG)전자 등이 이를 기반으로 한 태블릿피시를 들고 나오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달 27일 허니콤 개발도구를 공개한 데 이어, 오는 2일 공식 발표행사를 갖는다고 밝혔다. 모토롤라가 첫 허니콤 기반의 태블릿 ‘줌’을 2월 중순 미국에서 내놓는다.
갤럭시 탭은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2.2를 개량한 운영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글의 모바일기기 개발책임자인 휴고 바라는 “안드로이드2.2는 스마트폰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태블릿용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애플의 아이패드가 나온 지 반년 만에 출시된 갤럭시 탭은 ‘모방제품(me too)’이란 평가를 받으면서도, 7인치 크기로 차별화를 이루고 구글의 ‘인증’을 받아내는 등 만만치 않은 성과를 이뤄냈다. 태블릿전용 운영체제와 경쟁제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갤럭시 탭의 ‘모험’은 어떻게 될 것인가?
■ 과감한 모험, 달콤한 열매 갤럭시 탭은 출시 3개월 만에 국외 160만대, 국내 40만대 등 200만대 판매량을 돌파했다. 삼성의 소득은 판매량이나 점유율 같은 수량적 지표를 뛰어넘는다.
아이패드 이후 숱한 업체들이 ‘대항마’ 내놓기에 나섰지만,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아이패드의 실질적 경쟁상대로 자리잡은 것은 전세계에서 갤럭시 탭이 유일하다. 삼성은 ‘뛰어난 하드웨어, 끔찍한 소프트웨어’ 평가를 받던 옴니아 시절의 불명예를 벗고, 스마트기기 개발에서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인정받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국의 유력언론들이 갤럭시 탭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놓고, 수시로 자사 홈페이지에 이를 광고하고 것만 봐도 갤럭시 탭의 위상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초기에 7인치 태블릿에 의구심을 품던 구글도 빠르게 개선되는 갤럭시 탭의 완성도에 태도가 바뀌었다. 갤럭시 탭이 구글의 호환성 테스트를 통과하고 인증을 받도록 도와줬다. 구글의 신뢰를 얻은 결과는 삼성전자가 구글의 ‘레퍼런스폰’(기준을 제시하는 모델)인 넥서스에스(S)를 만드는 계기도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넥서스에스 제조를 통해 구글의 내부 서버 접근권을 얻어 안드로이드의 구조와 기능을 파악하게 된 것은 향후 경쟁력의 핵심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나온 갤럭시 탭에 비해 허니콤 기반 태블릿들이 전세계 시장에 깔리기까지는 아직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 ‘선발주자의 효과’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탭은 미국 4대 통신서비스 회사를 비롯해, 94개국 200여 사업자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 운영체제 호환성 확보가 과제 하지만 갤럭시 탭의 진짜 고비는 이제부터다. 모토롤라 도시바 엘지전자 등이 출시할 허니콤 기반 태블릿은 모두 듀얼코어 칩을 장착한, 10인치와 8.9인치 화면의 제품이다. 허니콤의 추천 하드웨어 규격이 화면 8~11인치에 듀얼코어 칩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피시의 생명은 운영체제 업그레이드와 호환성, 다양한 콘텐츠 장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용자 이용환경을 개선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데 허니콤의 등장은 갤럭시 탭에 두 가지 풀기 어려운 숙제를 안긴다. 현재 안드로이드 2.2인 운영체제를 태블릿 전용인 허니콤으로 업그레이드해줄 수 있을 것인가, 또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더라도 개발자들이 허니콤용으로 만든 콘텐츠가 갤럭시 탭에서 제대로 돌아갈지의 문제다. 두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선발주자의 효과는 역풍으로 다가올 수 있다. 삼성전자 쪽은 갤럭시 탭을 안드로이드2.3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허니콤으로 업그레이드 여부에 대해선 “결정된 게 없다”고 답변했다.
구글은 상호작용성, 다중수행작업, 반응성 측면에서 듀얼코어와 1기가바이트 메모리를 추천하고 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갤럭시 탭이 허니콤으로 업그레이드가 어렵거나, 작동하더라도 100% 기능을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오는 1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갤럭시 탭 후속모델을 발표하면서 이런 의심을 해소할 수 있을까?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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