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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방송 탄 일반인, 까발려진 사생활은 누구책임?

등록 2011-02-07 18:25수정 2011-02-22 11:20

‘촬영동의’만 했을 뿐인데
신상노출 등 피해 시달려
[프라이버시의 종말]

 #1. 지난해 케이블텔레비전 <엠넷(Mnet)>을 통해 방송된 ‘슈퍼스타 케이(K)2’는 열띤 경쟁과 감동 속에 숱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뛰어난 실력자들이 노래 대결을 거듭하며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가수’의 자리를 얻었지만, 모두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되지는 못했다. 가정환경이나 학력과 같은 사생활 영역까지 캐묻는 심사과정에서 출연자들 일부는 노래 아닌 민감한 부분까지 노출되는 일이 일어났다. 어떤 출연자들은 합숙과 공동 연습과정에서의 일련의 행동이 편집돼 방송되며 야유와 항의에 시달리는 일도 겪었다. 인터넷에서 비난이 쏟아진 것은 물론 개인정보가 공개됐고 한 출연자의 경우 아버지까지 나서 자식의 행동에 대해 ‘사과문’을 올리는 일이 일어났다.  

무한도전
무한도전

 

 #2. 지난 1월29일 <문화방송>의 ‘무한도전’에서 당일 임무를 위한 주변 인물로 잠시 출연한 한 여성도 방송 직후부터 ‘유명인’이 됐다. 개그맨 노홍철씨가 방송 도중 만난 이 여성에게 호감을 표시하자, 주요 포털에서 곧바로 ‘실시간 인기검색어’가 되어 숱한 검색결과가 만들어지고 순식간에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공개되기에 이르렀다. 방송에서는 이 여성의 이름과 직업 정도만 노출됐지만, 곧바로 인터넷에서 개인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파일이 만들어졌으며 수많은 누리꾼은 이런저런 반응을 댓글로 남겼다. 방송으로 인한 누리꾼들의 과도한 관심에 이 여성은 자신이 운영하고 있던 미니홈피를 결국 방송 이튿날 폐쇄했다. 

 원치않는 신상정보 공개 등 프라이버시 침해가 주로 일어나는 공간은 인터넷이지만, 시청자가 많은 방송 인기프로그램과 연관된 경우에 그 피해의 영향 범위와 전파에 가속도가 붙는다. 한번 확산된 정보를 회수하는 게 불가능한 디지털 환경에서 빠르고 광범한 피해는 사실상 반영구적으로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두 사례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방송 장르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발생했고, 당사자가 입은 피해는 분명하지만 누가 책임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는 점과 인터넷을 통해 피해가 증폭되어 확산된 특성이 있다. 또한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으로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한 이들 중 상당수는 10~20대다.

가수나 연기자 등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을 출연시켜 각본없이 진행하며 예상하지 못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방송의 인기 소재다. 어느 정도 사생활 공개돼 있고 이를 감수하는 연예인과 달리, 일반인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겪게 되는 피해는 ‘예정된 시나리오’가 없다. 더욱이 이들 프로그램은 방송이전에 출연자들로부터 촬영 동의를 받고 진행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어도 호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슈퍼스타 케이2’ 제작진은 출연자 프라이버시와 관련해, “실제로 있었거나 노래와 관련이 있는 일이라면 가정사라도 방송한다”고 밝힌 바 있다. ‘스타 등극’ 기회를 내걸고 출연자 ‘동의’ 아래 진행되는 특성상 예상치 못한 피해는 출연자의 몫으로 여겨지는 탓에,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부수적 피해’는 구조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방송 출연으로 인한 프라이버시 손상도 디지털 환경에서는 복합적이고 반영구적이게 됐다. 방송은 검색과 재생이 가능한 디지털 포맷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누리꾼에 의해 방대한 정보가 추가돼 공유된다. 일시적으로 특정 지역 주민에게 노출됐다 사라지던 전파가 디지털 파일로 되면서 생긴 변화다.

 일반인 출연자들은 노래를 부르려, 누군가의 연락처를 알려주려 방송에 잠깐 출연해 자신의 일부를 노출했지만, ‘방송 동의’를 한 순간 이미 프라이버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까지 침해당하게 됐다. 방송으로 노출된 실마리는 인터넷에서 다중이 조각정보를 끼워 맞춰 종합적 정보를 구성하는 프로파일링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출연자들은 자신들의 동의가 이처럼 광범한 프라이버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얼마나 예견한 채 ‘동의’했을까?

 특히 동의 아래 프라이버시 피해를 경험하는 상당수가 사생활 정보 노출이 사회생활의 다양한 측면에 끼칠 영향을 제대로 가늠하기 어려운 10~20대라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본격적 사회 진출에 앞서 이미 사생활이 만인 앞에 노출되면, 보통사람처럼 ‘평범하게’ 사회에 첫발을 내딛거나 연인이나 동료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데 상당한 멍에가 될 수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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