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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속 터지는’ 초고속인터넷 해지

등록 2011-02-09 19:59수정 2011-02-10 08:35

초고속인터넷 해지 때 경품 처리 원칙(※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방통위 지침 위반인데도
“1년 못 채우면 돈 내놔라”
KT·SK브로드밴드 큰소리
통신망 품질 나빠 끊어도 ‘현금 경품’ 토해내라니…

광주광역시 양동에 사는 김선진씨는 지난해 말 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 초고속인터넷에 가입한 이후 인터넷 이용 중에 서비스가 끊기는 현상이 반복돼 여러차례 유지보수를 받았다. 유지보수 담당 직원이 집으로 들어오는 통신망까지 죄다 점검했는데도 끊김 현상은 계속됐다. 결국 이 직원은 “도저히 안 되겠다”며 “이런 경우 위약금 없이 해지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하지만 김씨가 해지 신청을 내자,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쪽은 “가입 때 받은 사은품 30만원을 가입 유치 대리점에 반환해야 해지가 가능하다”며 2주가 넘도록 해지 처리를 해주지 않고 있다.

■ 가입 때 받은 경품이 ‘족쇄’ 초고속인터넷 이용자들이 통신망 품질이 떨어져 해지하고 싶은데도 해지 처리를 해주지 않아 속만 끓이는 경우가 많다. 가입 때 받은 현금(경품)에 발목이 잡힌 게 원인이다.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이 통신망 품질불량 등 이용자 책임이 아닌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해지하려는 경우에도 가입 때 준 경품을 토해내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단호한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신청서에 담긴 ‘개통 뒤 1년 이내에 해지하는 경우에는 사은품 반환을 청구함’ 문구를 근거로 가입 뒤 1년 안에 해지하는 가입자들에게 사은품 가운데 1년에서 빠지는 날짜에 해당하는 부분만큼을 반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은품으로 30만원을 받고 4개월 만에 해지하는 경우 20만원을 물어야 해지 처리를 해준다. 에스케이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이용자가 사은품을 쫓아 업체를 옮겨다니는 것을 막으라는 방통위 권유에 따른 것”이라며 “이용자 불만이 제기돼, 통신망 품질불량으로 어쩔 수 없이 해지 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경품을 반환하지 않아도 되게 하는 쪽으로 내부 지침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티(KT) 역시 가입 뒤 1년 안에 해지하는 경우에는 무조건 가입 때 준 경품을 반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케이티 관계자는 “사업자 책임으로 어쩔 수 없이 해지하는 경우라 해도, 약정 기간을 채우지 못해 그동안 할인받은 요금을 물어내는 위약금만 면제될 뿐 가입 때 받은 경품은 반환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다만 엘지유플러스(LGU+)는 통신망 품질불량, 서비스 미제공 지역으로 이사, 군 입대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초고속인터넷 해지를 신청하는 고객에게는 경품 반환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 업체간 경쟁이 경품 키워 이처럼 경품이 가입자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된 데는 업체간 가입자 쟁탈전이 치열해지면서 경품 규모가 커진 것도 한몫했다. 업체들이 현금 마케팅에 나서면서 경품 액수는 45만원대(3년 약정 조건)까지 치솟기도 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초고속인터넷 약정기간이 끝날 때쯤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어 다른 업체로 옮기겠다고 했더니 20만원을 주겠다고 하더라”는 경험담까지 올라와 있다.

현재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은 가입자를 유치한 대리점·판매점에 수수료·인센티브와 함께, 약정기간 동안 가입자한테서 받는 요금의 3~6%를 떼어준다. 수수료와 인센티브는 가입자를 많이 유치할수록 큰 폭으로 뛰고, 가입자를 인터넷텔레비전(IPTV)과 인터넷전화 등 다른 서비스에도 가입시키면 더욱 늘어난다. 이에 대리점·판매점들은 경품을 늘려 가입자를 많이 유치한 뒤, 인센티브와 다달이 받는 수수료로 이를 보충하고 있다. 만약 가입자가 중간에 해지하면 헛장사를 한 꼴이 돼, 무리수를 쓰면서 해지를 막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품 반환을 핑계로 해지 요구를 묵살하는 것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초고속인터넷 경품 관련 위약금 청구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것이다. 방통위는 지난 2008년 6월 통신망 장애 등 사업자 귀책으로 어쩔 수 없이 해지하는 경우에는 약정기간을 채우지 못한 데 따른 위약금은 물론이고, 사은품 반환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방통위 이용자보호과 이승진 사무관은 “사업자 귀책으로 해지하는 경우에도 사은품 반환을 요구하는 것은 가이드라인 위반이자 이용자 권익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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