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타격할 때 오른손 검지만을 누르는데, 그 대신 검지는 과녁만 맞히고, 왼손으로 스페이스바를 누르게 하면 어떨까요? 계속하다 보면 피로감이 오른손에 너무 집중되는 느낌이 있어요. 왼손으로 스페이스바를 눌러주면 어떤 리듬감이 느껴질 것 같아요. 테트리스에서 도형 모양을 바꾸고, 공중에서 바로 내리꽂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 조작도 도입을 고려하세요.”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새로운 게임 ‘비쥬마추’가 이용자공개(오픈베타테스트)에 앞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베타테스트 중인데, 한 직원이 필명으로 게시판에 제안한 내용이다.
이 의견에 대해 다른 직원들이 잇따라 호응하면서 직원들의 참여 댓글이 이어졌고, 이 게임을 준비중인 사업팀장은 곧이어 “적극 반영하여 오픈베타테스트에서는 기능을 추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답변을 달았다.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해, 직원들간의 의사소통을 활성화시키고 정보 공유와 제품 개발에서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하반기 회사 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처음 선보인 ‘나노’(nano)를 지난 1월15일부터 모바일 환경에 기반한 서비스로 대폭 확대했다.
이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나 직원들간의 소통을 손쉽게 만들어 사내 소식을 빠르게 전달하고, 관심사를 공유하도록 하는 데 장점이 있다. 모든 직원들에게 공지하는 사내 소식이나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프로필을 통해 메일을 보내거나 바로 전화를 걸 수도 있으며, 트위터처럼 팔로잉, 팔로어, 그룹 등을 만들어 리스트나 소모임을 만들 수도 있다. 회사 내 피시에 접속하지 않고도 사내 공지를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고, 소모임별로 파일을 저장하고 공유해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게임회사가 오랜 개발기간과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내놓는 대작 게임들은 개발자만이 아니라 사용자 집단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일이 성공에 이르는 데 꼭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게임회사들이 게임 출시와 본격 유료화에 앞서 회사 직원들 차원의 내부 테스트, 외부의 제한된 사용자 상대의 테스트(클로즈드베타테스트)와 이용자 공개테스트 등의 단계를 꼭 거치는 이유다. 이 모든 절차는 실제 사용자들의 반응을 개발 과정에 반영하기 위한 것인데, 초기 단계에서 내부 직원들의 의견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평소 각 개인에게 할당된 임무가 아닌데다 흥미를 가지고 실제로 게임을 해본 사용자로서 참여해야 하는 탓에 직원들의 활발한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참여와 피드백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별도의 장치가 필요했다. 이런 점에서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환경으로 제공되는 나노는 모든 과정을 한결 손쉽게 만들어 줘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보탬을 줬다. 제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게 된 건 당연한 결과다.
구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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