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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삼성·엘지 ‘3D TV’ 표준전쟁…승자만이 살리라

등록 2011-02-28 19:11

삼성은 셔터식, 엘지는 편광식
상대약점 찌르며 치열한 공방
세계표준 밀리면 사라질 운명
3D TV 기술방식 비교
3D TV 기술방식 비교
# 맵시 나는 안경을 쓴 현빈이 럭비공을 쥔 채 서 있고 구석엔 빨강 파랑 안경을 쓴 원숭이가 “왜 내 3디 티브이(3D TV)는 풀에이치디(Full HD)가 아닐까”라고 말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주 처음 선보인 3디 티브이 신문광고 ‘하늘과 땅 차이’다. 경쟁사 고객을 원숭이로 묘사했다며 논란을 불렀다. 엘지(LG)전자도 이튿날 신문광고로 맞대응에 나섰다. 원숭이가 아닌 원빈이 누워서 검은 안경을 낀 채 3디 티브이를 본다. 경쟁사의 기술방식이 누워서 시청하면 화면이 검게 변하는 걸 공격하기 위한 자세다. 엘지는 “깜박임 없이, 누워서도 편하게”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세계 1, 2위 티브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엘지전자가 서로 다른 기술방식을 사용한 ‘3디 티브이’를 발표하고, 치열한 광고전을 펼치고 있다. 광고전에 앞선 신호탄으로, 두 회사의 티브이사업본부장은 이미 한차례 날 선 공격을 주고받은 바 있다. 권희원 엘지전자 부사장은 지난 2월16일 편광안경 기술을 처음 적용한 ‘시네마 3디 티브이’ 발표회에서 “앞으로 엘지전자의 셔터안경식 3디 티브이를 모두 편광안경식으로 바꾸겠다”며 “셔터안경 방식은 1세대, 필름패턴 편광안경 방식은 2세대”라고 선언했다. 편광안경 방식이 깜박거림이 없어 눈의 피로가 덜하고 어지럼증도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셔터안경 방식의 삼성을 겨냥한 것이다.

이튿날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도 3디 티브이 제품발표회에서 “편광안경 방식은 70년 전에 나온 기술로, 이후 기술발전 없이 원가만 줄여왔다”며 “2차원 화질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엔지니어로서 용납할 수 없다”고 공격적 발언을 쏟아냈다. 3차원 영상보다 2차원 영상을 주로 시청하는 현실에서 초고화질(풀에이치디) 구현력이 떨어지는 편광안경 방식의 약점을 꼬집은 것이다. 두 회사의 제품은 어떤 차이가 있기에 여느 품목과는 차원이 다른 광고전이 펼쳐지는 것일까?

삼성과 엘지가 각각 3디 구현기술로 선택한 ‘셔터안경’ 방식과 ‘편광안경’ 방식은 공존이 어려운, 승자만 살아남는 글로벌 차원의 기술 표준 경쟁이다. 표준 전쟁에서의 승패는 해당 기업의 운명을 넘어 산업계 판도마저 바꿔버린다. 1980년대 비디오테이프 표준 전쟁에서 브이에이치에스(VHS) 진영의 승리, 유럽식 지에스엠(GSM)과 미국식 코드분할식(CDMA)이 경쟁하던 이동통신 기술에서 유럽 방식의 승리 이후 벌어진 양상이 이를 잘 보여준다.

아직 3차원 콘텐츠도 턱없이 부족하고 기껏해야 초기 모델이 선보이기 시작한, 대중화 이전 단계에 불과하지만, 두 업체는 “어느 쪽 3디 티브이가 낫다”는 소비자 여론을 만들기 위해 기선잡기에 들어갔다. 셔터안경 방식은 왼눈과 오른쪽눈용 영상을 번갈아 티브이에 보여주고 영상에 맞춰 안경알 한쪽씩을 교대로 검게 만들어 입체영상을 구현한다. 오른쪽·왼쪽 안경이 각각 영상에 맞춰 1초에 약 240번씩 점멸하기 때문에 능동형(active) 안경 방식이라고도 불린다. 안경에 전자장치와 배터리가 필요하고, 깜박임으로 눈의 피로가 있다.

편광안경 방식은 티브이 앞에 특수필름을 붙여 영상신호를 오른눈·왼눈용으로 분리해 보낸 뒤, 오른쪽·왼쪽 영상신호를 각각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진 편광안경을 통해 입체감을 구현한다. 입체영화관에서 쓰는 가볍고 단순한 입체안경과 유사하고, 별도의 전자장치가 없어 수동형(passive) 안경 방식이라 불린다. 안경이 점멸하지 않아 눈의 피로가 적지만 한 화면을 둘로 분할해 합성하는 원리상 고화질 구현이 미흡한 게 단점이다.


삼성과 엘지는 상대 제품의 다양한 ‘약점’을 건드리고 있다. 전용안경의 무게와 가격, 충전 여부를 비롯해 화면의 해상도, 입체감과 밝기, 시청 각도 등이 공방의 대상이다. 대부분은 기술 개발에 따라 극복될 문제지만 이 가운데 두가지는 표준 경쟁의 성패를 가를 만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어떤 기술이 좀더 눈에 안전한가’와 ‘어느 쪽이 더 많은 업체의 지지를 받느냐’가 바로 그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시간 시청 후 5~15분 휴식’ 등 ‘3디 영상 안전성 임상권고안’을 마련한 데 이어 지난 2월22일 2단계 연구에 들어갔다고 밝히는 등 시청 안전성 표준화 작업에 나섰다. 지난주 3차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닌텐도 3디에스(3DS)가 출시된 일본에서도 6살 이하 어린이들의 시력에 끼칠 영향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삼성은 3디 영상 기술을 개척한 소니를 비롯해 글로벌 주요 업체들과 손을 잡고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 기술방식을 전환한 엘지는 글로벌 업체들과 동맹 맺기에 나서야 할 형국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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