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최 지난달 “북 소행” 발언뒤 전문가들 손놔
“북 아닌 진원지 찾으면 이적행위 될텐데…”
“북 아닌 진원지 찾으면 이적행위 될텐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섣부른 말로 정책 실무자와 사업자, 통신 이용자들이 혼선을 빚는 사례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3·4 디도스(서비스거부) 공격’의 진원지를 찾는 일이 사실상 중단됐고, 위성항법신호(GPS) 교란의 실체를 밝히는 일은 큰 혼선을 빚고 있다.
3일 정부 관계자와 보안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 위원장이 디도스 공격과 지피에스 교란의 주체가 북한이라고 한 뒤 실체를 확인하는 작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최 위원장이 정확한 원인도 밝혀지기 전에 북한 소행으로 단정하는 바람에 진원지를 찾는 작업을 더는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3·4 디도스와 지피에스 교란의 진원지가 북한이라는 심증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보안 전문가들은 디도스 공격의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고, 지피에스 교란에 대해서도 ‘정황으로 볼 때 북한으로부터 날아든 전파가 교란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정도의 결론만 내린 상태였다. 추가 조사를 거쳐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할 상황이었지만 최 위원장의 발언 이후 대부분 손을 놔버린 것이다.
한 보안 전문가는 “애써서 진원지를 찾았는데 북한이 아닌 다른 곳으로 판명되면 어쩌느냐”고 말했다. 북한의 혐의를 벗겨준 셈이 돼 ‘이적행위’ 취급을 당할 수 있는데 누가 애써서 진원지를 찾으려고 하겠느냐는 것이다. 방통위 실무자도 공식 브리핑에서 “디도스 공격의 진원지를 찾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이번 3·4 디도스 공격은 물론이고 2007년 7월7일 발생한 7·7 디도스 공격의 진원지도 아직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의 성급한 발언이 정확한 실체를 밝히는 길을 스스로 막아버린 꼴이 됐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인사청문회에서도 “데이터무제한 요금제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방통위와 이동전화 업체에는 “사실이냐”는 문의와 항의가 빗발쳤다. 급기야 에스케이텔레콤(SKT)은 지난달 31일 트위터를 통해 “데이터무제한 요금제 폐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케이티 역시 같은 자세를 취했다. 방통위 실무자들도 검토한 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애꿎은 이용자들만 혼동을 겪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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