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넘으면 초·중딩 게임 차단’ 마음처럼 될까?
‘청소년 심야 셧다운’ 법 개정안 통과…11월부터 시행
인권·시민단체 반발 “업계는 무책임, 정부는 규제만”
국외·스마트폰·SNS망 게임은 적용 예외 ‘구멍 숭숭’
인권·시민단체 반발 “업계는 무책임, 정부는 규제만”
국외·스마트폰·SNS망 게임은 적용 예외 ‘구멍 숭숭’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청소년 심야시간 게임이용 차단(셧다운)’을 뼈대로 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국내 온라인 게임 업체들은 오는 11월부터 16살 미만 청소년(중학생 이하)에게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제공할 수 없게 됐다. 청소년의 게임중독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게임 셧다운제’는 열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내에 곧 도입될 청소년 심야 게임이용 차단 조처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 “필요하다” 여성가족부는 이 법안이 통과된 뒤 보도자료를 내어 “게임중독 등 매체물의 오·남용으로 신체적·정신적·사회적 피해를 당한 청소년에 대해 예방과 재활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했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게임중독 대책을 촉구해온 학부모단체도 반겼다.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게임 이용자의 접근성을 떨어뜨릴 뿐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는 곳이 있지만, 도박장을 정선에 두는 것처럼 모든 중독은 접근성 제한이 기본”이라고 밝혔다. 권 소장은 “그동안 자녀가 밤을 새워서 게임을 하고 개인정보를 도용해도 부모가 몰랐는데, 이제 같은 일이 벌어지면 부모가 게임회사를 상대로 관리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심야 게임이용 차단 도입을 요구해온 단체들은 차단 대상 게임에 피시(PC)용 온라인 게임만이 아니라 스마트폰용 게임과 소셜 네트워크 게임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실효성 있는 차단 방법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법안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 “불필요하다” 이와는 달리, 게임업계는 물론이고 진보네트워크와 문화연대 등을 비롯한 정보인권·청소년 시민단체는 셧다운제에 극구 반대하고 있다. 실효성과 정당성 면 모두에서 문제가 있다는 게 논거다.
우선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국내처럼 청소년 게임중독을 막는다는 이유로 2003년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를 도입한 타이는 도입 2년 만에 이를 폐지했다. 처음 의도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정작 개인정보 도용 사례만 늘어났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도 셧다운제를 도입한 뒤 온라인 게임 대신 패키지 게임으로 사용자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시민단체들은 밤 12시 이후 청소년 수면권 보장이 입법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제시된 것도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이런 논리라면 진짜로 청소년 수면을 침해하는 시험공부와 티브이 시청, 인터넷 이용 등도 차단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날 표결에 앞선 반대토론에서 셧다운제의 모순점을 지적했다. 게임의 종류에 따른 유해성을 따지지 않고, 또 게임 총이용시간 기준 대신 특정 시간대를 대상으로 한 것이 규제입법의 기본을 어겼다는 지적이다. 밤 12시께 귀가하는 학생은 30분도 게임을 할 수 없지만, 어떤 청소년은 최대 18시간 연속 게임을 해도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는 상황도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 무리한 입법 배경은? 이번 셧다운제 통과로 국내의 인터넷 사용환경이 글로벌 표준과 다시 한번 멀어지게 되는 측면도 있다. 셧다운제는 국내용 게임과 피시 온라인 게임에만 적용되므로 당장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스마트폰용 게임과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게임은 셧다운제 적용의 예외가 된다. 국외 피시 온라인 게임에 직접 접속해 영어로 게임을 하는 이용자도 막을 수 없다.
이처럼 실효성과 규제 타당성이 의심되는데도 무리하게 청소년 게임 셧다운 입법이 이뤄진 배경은 청소년 게임중독에 대한 당국과 업계의 무대책 탓이다. 게임중독과 사행성 웹보드 게임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더라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중독’이란 말도 쓰지 않고 ‘과몰입’의 한 측면일 뿐이라며 되레 ‘산업 진흥’만을 강조해왔다. 실효성이 없다며 반발하고 나선 게임업계의 책임은 더 크다. 게임업계는 중독 문제로 인해 게임업계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는데도 여론 압박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내 게임문화재단 정도를 만든 것을 빼고는 중독 치유를 위해 자율 활동에 거의 나서지 않은 탓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