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2200만달러 인수
3억4600만달러 받고 팔아
3억4600만달러 받고 팔아
국내 통신업체가 국외시장에서 모처럼 ‘수지맞는 장사’를 했다.
케이티(KT)는 6일 러시아 자회사인 엔티시(NTC)를 러시아 3위 통신업체인 빔펠콤에 3억4600만달러를 받고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엔티시는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통신사업자로, 케이티가 지난 1997년 2200만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케이티는 엔티시 매각으로 14년 만에 15배의 차익을 거두게 됐다.
케이티는 인수 당시 적자상태였던 엔티시를 4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키고 연해주 지역 1위 통신사업자로 성장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케이티의 ‘이례적 성공’에는 현지화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의 노하우를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한몫했다.
케이티의 김재영 전략투자팀장은 “라이선스 사업인 만큼 현지 업체와 손을 잡고 30%대의 지분으로 시작해 단계적 증자를 통해 80%의 대주주가 됐다”며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을 국내서 파견해 ‘칼 퇴근’의 사회주의 문화를 탄력성있게 바꿔 효율성을 높인 게 주효했다”고 밝혔다. 한 예로 러시아의 고객센터는 그간 전당포처럼 폐쇄적인 형태로 운영돼 왔으나, 케이티가 개방된 매장과 고객센터를 도입해 방문 고객과 눈높이를 맞춘 것에 신선한 반응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해주 지역은 러시아에서 유일하게 전국망 사업자들이 1위를 못하고 2,3위에 머무는 지역이다. 러시아 통신 업체들에겐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곳으로 통한다. 인수 당시 유선전화뿐이던 사업영역을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 와이브로 등으로 확장시킨 것도 성공 배경으로 꼽힌다.
케이티 관계자는 “러시아 통신시장이 초기엔 지역사업자 중심이었으나 점차 전국망 사업자로 바뀌는 추세”라며 “전국 사업자가 인수해 성장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매각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러시아 이동통신 산업은 전국 단위로 통합되는 추세다.
이번 매각 건은 단순히 큰 폭의 차익을 거뒀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간 국내 통신사업자가 국외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스케이텔레콤(SKT)은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삼아 미국과 중국, 베트남, 몽골 등의 시장에 잇따라 진출했으나 현재는 사실상 모두 철수한 상태다. 케이티 역시 지난 2007년 말레이시아 통신시장에 지분 참여 형태로 진출했다가 2년 뒤 구입한 가격 그대로 지분을 되팔고 나온 경험이 있다. 통신산업은 주파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서비스 특성 탓에 국외 업체에는 유독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그간 국내 업체들의 국외시장 진출이 현지 업체와의 합작 및 지분투자 형태로 진행된 이유다.
케이티는 이번 성공을 토대로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중남미와 독립국가연합(CIS), 아프리카 등 신흥지역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글로벌 제휴를 통한 국외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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