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IT

이통사 ‘기본료 버티기’ 미니요금제 학습효과?

등록 2011-05-24 21:33

옛 LG텔레콤의 미니요금제 개요
옛 LG텔레콤의 미니요금제 개요
02년 기본료 월6000원 상품
한달새 가입자 20만명 넘겨
‘이익 감소’ 우려 8개월뒤 폐지
휴대폰 요금제 선택권 넓혀야
# 몇년전 부모님에게 휴대전화를 개통시켜 드린 40대 회사원 박아무개씨는 직장 동료의 부모님이 기본료 6000원짜리 요금제를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귀가 솔깃했다. 안부전화를 드려도 “전화비 많이 나온다”며 금세 끊어버리고 스스로 전화하는 일은 드문 박씨의 부모님은 한달 통화량이 20분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박씨는 기본요금이 낮은 요금제를 찾았지만 어르신용 실버요금제도 1만원(부가세 제외)을 기본료로 내야 했다. 박씨는 서둘러 6000원짜리 요금제를 알아봤지만 가입이 불가능했다. 이미 판매가 중단돼 기존 가입자만 사용하는 요금제였다.

‘기본료 인하’가 이동통신 요금 인하의 핵으로 떠오르면서 기본료 6000원인 ‘미니요금제’가 주목받고 있다. 엘지텔레콤(현 엘지유플러스)은 지난 2002년 8월 ‘기본료 6000원, 10초당 통화료 39원’인 미니요금제를 출시했다. 이 요금제는 한달 만에 20만명이 넘는 가입자가 몰려들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출시 8개월 만인 2003년 4월 갑자기 사라졌다. 가입자가 50만명을 넘어섰지만 높은 인기가 오히려 상품을 단명시키는 계기가 됐다. 값싼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상당하다는 것을 확인한 이통사가 기존의 높은 기본료를 통한 안정적 매출을 위협하는 부메랑 요금제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미니요금제는 겨우 8개월 판매됐지만, 아직도 4만명이 쓰고 있다. 최근까지도 인터넷 장터에서는 미니요금제가 회선당 9만~10만원에 ‘암거래’됐다. 이통사의 관계자는 “신세기통신의 커플간 무제한통화 요금제와 함께 이통사로서는 실패한 요금제의 대표격”이라며 “이 요금제로 인한 학습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은 이후 일반 가입자들을 겨냥한 ‘미니요금제’와 유사한 요금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슬림요금제나 청소년·65살 이상만 가입할 수 있는 요금제라 해도 기본료를 1000~2000원 깎아주는 게 고작이다.

기본료 1만2000원에 초당 통화료 1.8원이 ‘표준요금제’인 국내 이통 요금체계에서 ‘미니요금제’는 현 이통 요금체계의 반소비자적 성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엘지텔레콤이 미니요금제를 내놓을 당시 표준요금제는 기본료 1만5000원에 10초당 18원이었다. 이미 9년 전에 표준요금제의 기본요금보다 9000원이 싼 월 6000원 기본료로 수익을 맞출 수 있었다는 얘기다. 특히 엘지텔레콤은 3위 사업자로서 1, 2위 사업자에 비해 자본력이 부족하고 통신망 유지비용이 높은 사업자였다. 현재 수신 전용 서비스나 법인용 상품 일부가 월 3500원에 제공되고 있어, 망 유지비용이 가입자당 3500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는 보도와 부합하는 자료다. (<한겨레> 5월23치 17면)

23일 당·정협의에서 퇴짜를 맞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요금인하안은 사용자가 음성, 데이터, 문자메시지 양을 각각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스마트폰 모듈형 요금제’와 이통사를 통하지 않고 단말기를 구입해 쓸 수 있도록 하는 ‘블랙리스트’ 제도를 담고 있다.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주는 조처이지만, 이는 비싼 요금제를 선택한 사람에게만 돌아가는 혜택이다. 미니요금제처럼 기본료가 낮아 통화량이 적은 경제적 약자들에게 유리한 요금제를 선택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고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