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왜 인문학도 5천명을 뽑을까
애플·페이스북 이어 IT 분야 ‘인문학적 접근’ 바람
사용자환경 개발에 ‘인간에 대한 관찰·이해’ 필수
스트리트뷰 논란 등 ‘엔지니어 위주 문화’ 반작용
사용자환경 개발에 ‘인간에 대한 관찰·이해’ 필수
스트리트뷰 논란 등 ‘엔지니어 위주 문화’ 반작용
정보기술 분야에 인문학 바람이 거세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못자리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이 갈수록 주목받고 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 걸출한 창업자들이 정보기술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을 강조하고 나선 데 이어, 이번엔 구글도 그 행렬에 동참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인문학센터에서 열린 ‘비블리오테크 회의’에서 구글의 머리사 메이어 부사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구글은 올해 6000명의 직원을 채용할 예정인데, 4000~5000명을 인문분야 전공자로 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이어 부사장은 “구글은 다양한 분야에서 똑똑한 인재를 찾고 있지만, 인문학 전공자가 특히 잘 어울린다”며 “사용자환경(UI)을 개발하는 데는 기술 못지않게 사람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게 필수적이라, 인류학자와 심리학자가 가장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내곤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구글의 ‘사내 철학선생’으로 불리는 데이먼 호로비츠 엔지니어링 담당 이사도 이날 ‘기술 경력을 중단하고 인문학 학위를 따야 하는 이유’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정보기술 기업에서 왜 철학이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호로비츠는 매사추세츠공대 미디어랩에서 컴퓨터공학과 인공지능 등을 전공하고 소셜검색 업체인 아드바크를 비롯해 뉴스디비 등 여러 인터넷 기업을 창업했다. 구글은 지난해 아드바크를 약 5000만달러에 인수했고, 호로비츠도 함께 구글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벤처기업을 세워 경영하다 10년 전 스탠퍼드대에서 철학을 배우기 시작해 박사 학위를 딴 뒤 여러해 동안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해왔다.
정보기술 기업에서 때아닌 인문학 바람이 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작 ‘사람’이 빠진 정보기술에 대한 반성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호로비츠는 “요즘 사람들은 모바일 기기에만 깊은 관심을 기울인다”며 “개발자들은 모바일 운영체제만큼 도덕 운영체제(moral operation system)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중을 향해 “안드로이드폰이나 아이폰을 선택하는 것과 같은 문제에서도 철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과 이마누엘 칸트의 논리를 적용해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밀은 고통을 최소화하고 쾌락을 극대화하는 것이 선이라고 본 공리주의의 전통에 서 있고, 칸트는 결과와 관계없이 행위가 그 자체로 선인지 악인지에 따라서 선악을 판단해야 한다는 도덕의무론을 주장했다.
특히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불러온 아이폰의 사용자 위치정보 저장이나 구글의 스트리트뷰, 저작권 논란을 일으킨 구글의 절판도서 디지털화 같은 문제야말로 바로 이러한 철학적 접근이 필요한 주제다. 기술자들은 기능을 구현하는 데만 집중할 뿐, 기술이 야기할 법적·사회적 파장 같은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당시 미국의 핵무기 개발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 의 과학자들이 핵무기의 도덕적 문제에 대해 숙고하지 못한 파장이 무엇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호로비츠는 이와 관련해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나치의 학살자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해 한 말을 인용했다. “세상의 악함 대부분은 악한 의도 때문이라기보다 ‘생각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한다”는 말이다. 구글의 최근 행보가 기존에 알려져 있던 기업문화와 다른 면모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구글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에릭 슈밋은 “구글은 측정의 과학으로 세워진 회사”라 말했고, <구글드>의 저자 켄 올레타도 “구글의 엔지니어 위주 문화는 측정할 수 있는 게 아니면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며 이를 구글의 최대 장점인 동시에 약점으로 꼽은 바 있다. 호로비츠는 이날 강의에서 청중에게 한가지 과제를 던졌다. “우리가 지닌 능력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게 첫걸음”이라며 “우리가 막강한 능력을 갖고 있는 만큼 그 힘을 어디에 쓸지도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한국을 찾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 니컬러스 카가 경고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영문학을 전공한 정보기술 전문가인 카는 지나친 인터넷 사용에 대해 “최선은 의심을 품는 것”이라며 “기술이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해져 필수적이 되고 혜택이 커질수록 비판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세빛둥둥섬 ‘호화쇼’만 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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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예술적 접근의 진면목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다양한 기념일마다 달라지는 첫 화면의 로고다. 지난 11일엔 현대무용의 새 지평을 연 마사 그레이엄의 출생 117돌을 맞아 춤추는 애니메이션으로 ‘Google’을 표현했다. 특히 플래시나 동영상 포맷을 사용하지 않고 웹표준에 따른 스크립트로만 춤 사위를 표현해, 기술과 예술의 만남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불러온 아이폰의 사용자 위치정보 저장이나 구글의 스트리트뷰, 저작권 논란을 일으킨 구글의 절판도서 디지털화 같은 문제야말로 바로 이러한 철학적 접근이 필요한 주제다. 기술자들은 기능을 구현하는 데만 집중할 뿐, 기술이 야기할 법적·사회적 파장 같은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당시 미국의 핵무기 개발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 의 과학자들이 핵무기의 도덕적 문제에 대해 숙고하지 못한 파장이 무엇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호로비츠는 이와 관련해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나치의 학살자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해 한 말을 인용했다. “세상의 악함 대부분은 악한 의도 때문이라기보다 ‘생각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한다”는 말이다. 구글의 최근 행보가 기존에 알려져 있던 기업문화와 다른 면모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구글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에릭 슈밋은 “구글은 측정의 과학으로 세워진 회사”라 말했고, <구글드>의 저자 켄 올레타도 “구글의 엔지니어 위주 문화는 측정할 수 있는 게 아니면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며 이를 구글의 최대 장점인 동시에 약점으로 꼽은 바 있다. 호로비츠는 이날 강의에서 청중에게 한가지 과제를 던졌다. “우리가 지닌 능력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게 첫걸음”이라며 “우리가 막강한 능력을 갖고 있는 만큼 그 힘을 어디에 쓸지도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한국을 찾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 니컬러스 카가 경고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영문학을 전공한 정보기술 전문가인 카는 지나친 인터넷 사용에 대해 “최선은 의심을 품는 것”이라며 “기술이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해져 필수적이 되고 혜택이 커질수록 비판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세빛둥둥섬 ‘호화쇼’만 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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