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새 사옥
건축도 미니멀리즘 디자인 따라…곡면 강화유리 눈길
애플의 독특한 디자인 경영 원칙이 제품에 이어 매장으로 확대되더니, 이번엔 사옥 건설에 적용되고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일(현지시각)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시의회에서 애플의 새 사옥 건설 계획을 밝혔다.
잡스가 공개한 조감도에 따르면 새 사옥은 도넛처럼 가운데가 비어 있는 미확인 비행물체(UFO) 형태로, 건물 내부 중앙에는 살구나무 숲이 들어서는 등 6000여그루의 나무로 이뤄진 숲이 조성된다. 휘어진 대형 통유리로 마감될 4층 건물은 1만2000명의 직원을 수용하며, 4년 뒤인 2015년 완공될 예정이다. 새 사옥은 현재의 애플 사옥에서 멀지 않은 휼렛패커드 사옥 터에 들어선다. 잡스는 “현재 건축 시설과 달리 주차장을 지하로 옮기는 등 지상 주차장을 90% 줄이고, 조경 면적을 대지의 20%에서 80%로 늘린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건물의 형태다. 잡스는 “커다란 통유리를 이용해 만든 아주 독특한 건물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커다란 유리를 사용하는 건축의 노하우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 애플스토어를 두고 한 말이다. 뉴욕 센트럴파크 앞 5번가에 2006년 5월 들어선 애플스토어는 문을 열자마자 파격적 형태로 화제를 일으키며 뉴욕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지상에서는 애플의 로고만 보이는 거대한 상자 꼴의 유리건축물로, 매장은 모두 지하로 배치된 게 특징이다. 밤이 되면 허공에 애플의 사과 로고만 빛이 난다.
뉴욕 애플스토어는 건축 형태의 독특함을 넘어 애플이 추구하는 디자인을 어떤 제품보다 잘 드러낸다. 이 매장은 사실상 강화유리와 스테인리스로만 지어지다시피 했다. 내부의 계단과 엘리베이터마저 유리로 돼 있고, 유리를 결합하는 용도로 스테인리스 경첩이 쓰인 정도다. 지하에 있는 기둥 역시 사각의 스테인리스로 마감돼, 원목의 제품전시대를 빼면 매장은 온통 유리와 스테인리스뿐이다.
뉴욕 애플스토어가 문을 연 지 4년 뒤에 나온 아이폰4 역시 강화유리와 스테인리스로 마감됐다. 아이폰4의 디자인 원칙은 지나칠 정도로 소재와 디자인의 단순화를 추구한, 이른바 ‘미니멀리즘’이다. 아이폰4는 디스플레이 기능을 전혀 담당하지 않는 뒷면을 강화유리로 만들어 무겁고 깨지기 쉽다. 앞뒤의 유리판을 고정하는 용도로는 스테인리스를 사용했다. 다른 소재 대신 유리와 스테인리스만 고집하다 ‘안테나 게이트’로 홍역을 치렀을 정도다. 뉴욕 애플스토어는 아이폰4 디자인의 예고편이었던 셈이다.
애플의 강화유리 선호는 이번에 유에프오 꼴의 사옥에서 다시 드러났다. 평면 유리 대신 곡면 유리 역시 애플이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사실은 지난해 문을 연 중국 상하이의 애플스토어에서 확인된 바 있다. 뉴욕 애플스토어와 닮은꼴인 상하이 스토어는 사각형 대신 원통형인 게 차별점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뉴욕 5번가에 있는 애플스토어.
뉴욕 5번가 애플스토어의 지하 내부매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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