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로 누리집에서 설명한 ‘초점 안 맞추는 카메라’의 원리. 그동안 카메라는 피사체가 반사하는 빛의 일부만을 렌즈를 통해 걸러내 이미지 센서에 상이 맺히도록 하는 기술을 이용했지만, 라이트로의 기술은 렌즈가 향한 공간에 존재하는 다양한 각도의 빛을 모두 받아들여 이미지로 저장한다. 촬영을 통해 얻은 빛의 덩어리 이미지파일에 대해 자유자재로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게 이 기술의 특징이다.
미국 ‘라이트로사’ 반사광 모두 담는 기술 선봬
초점 사후조절·3D 변환 가능…올해말 상용화
초점 사후조절·3D 변환 가능…올해말 상용화
초점을 맞출 필요 없이 셔터만 누르면 되는 새로운 개념의 카메라가 사진 애호가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사진 기술은 쉼없이 발전해왔다. 19세기 한 장의 원판을 이용하는 다게레오타입의 사진기술이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네거티브 인화지를 사용해 다수의 복제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법이 개발되고, 그다음엔 휴대성을 높인 코닥카메라가 등장해 대중화되는 과정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필름의 화학작용을 이용해 빛과 어둠을 담아내는 카메라의 기본원리엔 전혀 변화가 없었다. 그 뒤엔 광학 정보를 전자적 정보로 바꿔 암실과 현상 과정을 없애버림으로써 필름을 없애버린 디지털카메라가 또 한번의 중대한 혁신을 이뤄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렌즈교환식 카메라가 등장하고, 반사거울과 펜타프리즘을 없애면서 고화질의 사진을 만들어내는 하이브리드식 카메라가 인기를 끄는 요즈음에 이르기까지, 카메라를 사용하는 방법에는 근본적 차이가 없었다.
그간 사진촬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촬영할 대상을 찾아 앵글을 잡고, 강조하고픈 피사체에 초점을 맞춰 숨을 고른 뒤 ‘찰칵’하고 셔터를 누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초점을 맞출 필요 없이 대상을 향해 셔터만 누르면 되는 사진기술이 등장하는 것인가?
지난달 21일 미국 <뉴욕 타임스>는 초점을 맞출 필요도 없이 마음대로 촬영한 뒤에 나중에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초점 범위를 설정할 수 있는 카메라 기술을 지닌 벤처기업‘라이트로’(Lytro)를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이 회사가 개발한 ‘라이트필드 포토그래피’(Light-field Photography) 기술은 렌즈와 이미지 센서가 특정한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각도에서 피사체로부터 반사된 빛을 담는다. 라이트로 쪽은 공간의 모든 지점에서 모든 방향으로 움직이는 빛을 전부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내세운다. 카메라 렌즈가 향한 공간의 다양한 빛 정보를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사진을 촬영한 뒤에 초점을 필요한 부분에 맞추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 기술을 처음 발명한 렌 응(31)은 2006년 스탠퍼드대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이런 내용을 처음 발표했다. 이 논문은 그 뒤 컴퓨터기계협회에서 주는 최우수학위논문상을 수상하며 눈길을 끈 바 있다. 학계뿐 아니라, 시제품을 사용해본 전문가도 “놀라운 기술”이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포토저널리스트이자 버클리대학의 조교수로 있는 리차르드 코시 에르난데스는 올해 초 시제품을 사용해 본 뒤 “더이상 초점을 맞추려 신경쓸 필요 없이 이미지와 구도에만 집중하면 될 뿐, 나머지는 나중에 처리하면 된다”며 “카메라 경쟁의 틀을 바꾸는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촬영한 사진에 모든 빛 정보가 들어 있기 때문에, 한장의 사진으로 추후에 3차원 사진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다양한 렌즈를 사용한 것처럼 초점을 원하는 부분에 맞추고 피사계 심도를 마음대로 조정해 아웃포커싱 효과를 살리는 것도 가능하다.
라이트로 누리집(www.lytro.com)은 자유자재로 사진 초점을 옮기면서 새로운 사진기술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샘플 이미지와 테스트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말께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수백달러짜리대 ‘초점 안 맞추는 카메라’를 시판할 예정이다. 라이트로는 개발 기술을 니콘이나 캐논과 같은 기존 카메라 업체에 판매하는 대신 애플처럼 자신이 제품을 설계하고 생산만 대만의 공장을 통해 진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물론 라이트로의 무초점 촬영 기술은 학계와 전문가로부터 혁신적인 카메라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실제로 대중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현재의 이미지파일에 비해 훨씬 많은 빛 정보를 담아야 하므로 파일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문제와 해상도가 걸림돌이다. 또한 일안렌즈교환식카메라와 미러리스카메라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카메라 시장을 단일제품과 브랜드로 뚫어야 하는 과제도 있다. 뷰파인더와 엘시디(LCD)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초점 범위에 따라 피사계 심도가 달라지는 것을 사진 촬영의 최대 즐거움으로 여기는 사진 애호가들의 심리적 장벽을 넘어서는 일도 만만찮은 과제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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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로 홈페이지(http://www.lytro.com/picture_gallery)에는 라이트로의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찍은 샘플 사진들이 수십장 올라 있어, 신기술의 효과를 사용자가 체험해볼 수 있다. 한 샘플 사진을 직접 조작해서 왼쪽에 멀리 보이는 모델에 초점을 맞춰보고(왼쪽 사진), 다시 오른쪽에 가까이 보이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봤다.
라이트로 누리집(www.lytro.com)은 자유자재로 사진 초점을 옮기면서 새로운 사진기술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샘플 이미지와 테스트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말께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수백달러짜리대 ‘초점 안 맞추는 카메라’를 시판할 예정이다. 라이트로는 개발 기술을 니콘이나 캐논과 같은 기존 카메라 업체에 판매하는 대신 애플처럼 자신이 제품을 설계하고 생산만 대만의 공장을 통해 진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물론 라이트로의 무초점 촬영 기술은 학계와 전문가로부터 혁신적인 카메라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실제로 대중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현재의 이미지파일에 비해 훨씬 많은 빛 정보를 담아야 하므로 파일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문제와 해상도가 걸림돌이다. 또한 일안렌즈교환식카메라와 미러리스카메라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카메라 시장을 단일제품과 브랜드로 뚫어야 하는 과제도 있다. 뷰파인더와 엘시디(LCD)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초점 범위에 따라 피사계 심도가 달라지는 것을 사진 촬영의 최대 즐거움으로 여기는 사진 애호가들의 심리적 장벽을 넘어서는 일도 만만찮은 과제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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