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 전략의 하나로 협력업체에 특허를 개방하는 대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석채 케이티(KT) 회장은 6일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아이티(IT) 최고경영자 포럼’에서 “케이티가 보유한 1000여건의 특허를 거래실적이 있는 협력업체에 무상 양도하고 이를 활용한 서비스와 제품의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케이티 관계자는 “케이티의 라이선스와 기술 이전을 받는 업체들에 동반성장 가점을 부여해, 구매 과정에도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케이티가 무상양도할 1000여건의 특허는 케이티가 국내외에 등록한 특허 1만1000여건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50%가 네트워크 분야 특허고, 나머지는 광통신, 데이터 처리, 정보보호, 단말기 관련 특허다. 케이티 관계자는 “협력업체에 1000여건의 특허를 무상양도하는 일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무상양도 대상 특허는 케이티 누리집에 공개할 예정으로, 절반 이상이 비(B)급 이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케이티가 이제까지 특허를 무상 양도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케이티는 휴대전화 한글입력 방식인‘천지인’과 경쟁하던 ‘나랏글’을 확산시키기 위해 이를 단말기 제조업체들에 무상 임대한 바 있다.
최근 들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기업의 핵심자산인 특허를 협력업체에 개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삼성그룹은 9개 계열사와 협력업체들이 참여한 동반성장 협약 체결식에서 계열사가 보유한 일부 특허를 협력업체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협력업체가 개발한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에스케이텔레콤(SKT)도 활용하지 않고 있는 특허 130여개를 사실상 무료에 가까운 가격을 받고 협력업체들에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전 가능한 특허 기술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협력업체가 이를 조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친환경·에너지 분야 특허 200여건은 협력업체가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밖에 하이닉스반도체도 협력업체가 원할 경우엔 반도체 장비 관련 국내 특허와 실용신안 800여건을 협력업체에 매각하거나 사용을 허가하는 특허지원 프로그램을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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