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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휴대전화 선불요금제’ 인기없는 이유 있었네

등록 2011-07-18 20:37수정 2011-07-18 21:42

영국 사용자 59% 프랑스 28% 차지…한국은 1.5%
가입비 등 없어 통화 적은 사용자 유리하다지만
데이터정액제 한계·잔액 이월·번호유지 못해 불리
가입비와 기본료가 없어 통화량이 적은 사용자에게 유리하다는 선불요금제는 왜 우리나라에서 유독 인기가 없을까?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유럽 선진국과 달리 선불요금 사용자가 매우 적다. 영국에선 사용자의 절반이 넘는 59%가 선불요금 이동통신을 쓰고, 독일과 미국도 그 비율이 각각 56%, 23%에 이른다. 이에 반해 국내 사용자 비율은 고작 1.5%다. 지난 몇달간 선불요금제에 가입해 사용하면서 그 이유를 살펴봤다.

■ 가입비·기본료 없는 건 장점 이동통신 3사의 선불요금제는 큰 차이가 없다. 지난 4월 서울 시내 케이티(KT)의 한 대리점에서 쓰던 휴대전화를 선불요금제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리점에서는 “기존의 전화를 이용해 선불요금제에 가입할 수는 있지만, 쓰던 번호를 옮길 수는 없다”고 답했다. 휴대전화를 통해 외부와 연결되는 세상에서 번호를 바꿀 수는 없었다. 며칠 뒤 중고 스마트폰을 구해서 다시 가입을 요청해, 선불전화용 전화번호를 받았다. 일반형 선불요금제로 계약을 하고 5000원에 유심(USIM) 칩을 구매하고, 선불요금으로 충전했다. 신용카드로는 결제가 안 돼 현금을 냈다.

가입비와 기본료를 낼 필요 없고 약정 기간이 없는데다 중고 단말기를 이용해 이동통신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다. 초당 통화료는 4.8원으로 후불요금제(1.8원)에 비해 높았지만, 1만원을 충전할 경우 34분을 통화할 수 있다.

데이터 정액요금제에도 가입하려 했으나 해당되는 상품이 없었다. 1메가바이트당 560원꼴의 데이터 요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100메가 용량을 쓴다면 5만6000원이 든다. 데이터 정액제를 쓸 경우, 1만원에 500메가 용량을 사용할 수 있는 걸 고려한다면 스마트폰 사용자는 사실상 선불요금제를 쓸 수 없는 상황이다.

■ 데이터 정액제 사용엔 한계 선불요금도 두 종류가 있다. 기본요금이 있는 선불요금제를 고를 수도 있다. ‘더블유(w)선불표준’이란 요금제가 있는데, 부가세를 포함한 가격이 월 기본료 1만3200원, 초당 통화료 1.98원이다. 데이터 500메가에 1만1000원 등 후불형 표준요금과 모든 요금 수준이 완벽하게 일치했다. 이 요금제를 선택할 경우 2만4000원의 가입비가 없다는 것을 빼면 후불형과 차이가 없다.

계약을 맺으면서 선불요금제의 특성이 설명돼 있는 안내문을 요구했으나 대리점에는 전혀 비치되지 않았다. 이통사 누리집에서도 선불요금제 안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소비자가 미리 인터넷으로 꼼꼼하게 챙겨오는 수밖에 없다.

개통한 뒤 음성통화를 이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계정을 활성화하니 기존의 연락처를 가져왔고 발신자 표시도 됐다. 다만 데이터 정액제를 쓸 수 없으니 무선랜이 아닌 이동통신망(3G)으로 데이터를 쓰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개통한 지 30일이 가까워지자 요금 잔액과 함께 새로 충전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3800원의 잔액이 남아 있지만 다음달로 이월되지 않고 소멸한다는 내용이었다.

■ 소비자 외면엔 일리 있어 선불요금제는 기본료가 없어 통화량이 적은 사람에게 유리한 편이다. 하지만 이동통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량과 무관하게 월 1만원씩을 지속적으로 충전해야 하는 구조로 돼 있어 기본료가 없다는 게 별 의미가 없다. 1만원에 30일, 2만원에 60일, 5만원에 150일 등의 사용기간이 정해져 있어 남은 잔액은 사용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는 2002년 당시 엘지텔레콤이 소량 통화 이용자를 위해 내놓은 미니요금제(기본요금 6000원, 10초당 통화료 39원)보다 소비자에겐 훨씬 불리한 요금제다. 이통 3사가 지난해 기본료로 8조7000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등 매출의 38.1%를 기본료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와도 깊은 연관이 있어 보였다.

선불요금제를 써본 결과, 국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결과로 여겨졌다. 번호 이동도 안 되고, 데이터 정액제도 쓸 수 없으며, 월 1만원 단위로 충전해 30일이 지나면 이월도 안 되고 잔액이 사라지는 구조에서는 통화량이 적은 사람에게도 편익보다 불편함이 컸다. 윤두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원은 “다른 나라에 비해 국내 선불요금 수준이 높고 충전액 유효기간이 짧은데다 번호 이동성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며 “선불요금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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