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왼쪽 둘째)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개인정보 보호 강화 종합대책 당정협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주민번호 대체수단 마련키로
시민단체들 “미봉책에 불과”
시민단체들 “미봉책에 불과”
네이트·싸이월드 3500만명 개인정보 해킹이 잇따르면서 인터넷 실명제(본인확인제)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관련 제도 개선에 애써 눈을 감고 있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11일 국회에서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 등과 당정협의를 열어 개인정보 보호 대책을 논의했다. 이 의장은 당정협의 뒤 브리핑에서 “현재 개인정보 보호는 미흡한 상황이고 유출 우려가 높다”며 “당정은 주민번호 대체 수단을 강구하거나 활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터넷 실명제 폐지와 관련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려는 단계에서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다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의장이 밝힌 내용은 개인정보 처리 사업자의 책임 강화와 주민번호 활용 최소화 및 대체수단 강구 등 지난 8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개인정보 보호 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주민번호를 확인만 하고 보관은 최소화하는 방안이나 아이핀 보급 확대, 전자주민등록증 도입을 통해 주민증 발행번호를 발급하고 주민번호 대신 발행번호와 유효기간 등을 식별수단으로 쓰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하지만 이는 시민사회나 국회 입법조사처 등의 의견과는 전혀 다른 시각이다. 지난 9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네이트 해킹사고와 포털의 개인정보보호’ 보고서를 내고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 증대 원인으로 인터넷 실명제와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들었다. 이 보고서는 특히 “다른 나라들에 비해 국내 포털사이트의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은 더욱 큰데, 핵심적인 빌미를 제공하는 게 인터넷 실명제 의무화 조항”이라고 지목했다. 입법조사처는 주민번호 수집 최소화, 개인정보 관리체계 개선, 피해배상 등을 대책으로 제시하면서 아이핀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민번호를 대체하는 식별수단으로 도입된 아이핀 역시 주민번호를 기반으로 발급되고, 5개 민간회사에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를 집적시키기 때문이다.
참여연대와 진보넷 등 시민단체도 논평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사고의 근본 원인은 인터넷 실명제인 만큼 이를 폐지해야 한다”며 “방통위의 개인정보 수집 제한 방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초 “인터넷 실명제는 익명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위헌적 법률”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 청구를 한 상태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개인정보의 잇단 유출 사고와 관련해 인터넷 실명제의 존폐 여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헌재의 결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검토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 정보통신망법상 실명제 조항은 주민번호 등 글쓴이의 본인확인 정보를 6개월간, 전자상거래 관련 법률은 음원이나 콘텐츠 거래자도 주민번호, 전화번호, 주소 등을 5년간 보관하도록 하고 있어 인터넷기업은 주민번호를 보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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