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PC 판매 현황
※ 2011년 2분기 기준. 자료: 가트너
HP “터치패드 등 판매저조” 1년만에 독자 플랫폼 포기
“이젠 소프트웨어로 승부” 영 SW업체 인수 추진키로
“이젠 소프트웨어로 승부” 영 SW업체 인수 추진키로
애플이 지나간 자리엔 여지없이 또다른 상처가 생겼다. 이번엔 세계 1위의 개인용컴퓨터(PC) 기업인 휼렛패커드(HP)가 상처 입은 주인공 처지가 됐다.
휼렛패커드는 지난 18일(현지시각) 투자자 설명회를 통해 피시 사업부를 별도 회사로 분리시키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또 휼렛패커드는 스마트 기기 운영체제인 웹오에스(WebOS)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독자적인 스마트 기기 운영체제가 사실상 ‘사망’했음을 선언한 셈이다. 레오 아포테커 휼렛패커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웹오에스 기반의 태블릿피시 터치패드와 두종의 스마트폰이 시장에서 관심을 끌지 못해, 이를 활용한 사업을 접겠다”고 밝혔다. 휼렛패커드는 대신 약 100억달러를 들여 영국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토노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한마디로, 하드웨어(HW)는 포기하고 소프트웨어(SW)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보겠다는 얘기다.
한때 세계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휼렛패커드의 전격적인 ‘퇴각’ 결정은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최신 지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휼렛패커드가 포기 결정을 내린 피시와 태블릿, 스마트폰 사업부문은 각각 맥과 아이패드, 아이폰을 내세운 애플의 독주에 맥없이 무너진 영역이다. 지난 2분기 애플의 영업이익률이 25.6%에 이른 것과는 달리, 휼렛패커드의 영업이익률은 6.2%에 그쳤다. 애플과의 경쟁을 피한 채 점차 수익성이 낮아지는 하드웨어 대신 소프트웨어 쪽에 집중하겠다는 게 휼렛패커드의 생각이다. 일찍이 피시 시대를 열어젖힌 아이비엠(IBM)이 2005년 중국 레노버에 피시 사업을 매각한 뒤 기업용 고부가사업에 집중해 성공적으로 변신한 전례를 따라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보기술 부문의 무게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영역으로 옮겨가는 것도 두드러진 흐름이다. 최근 인터넷 업체 구글이 휴대전화 제조업체 모토롤라 인수에 나선 것도 특허 확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밑바탕 삼아 하드웨어를 수직통합하려는 전략의 산물이다.
특히 운영체제 웹오에스의 실패는 휼렛패커드로선 두고두고 뼈아픈 대목이다. 웹오에스는 스마트폰에 앞서 개인정보단말기(PDA) 시장을 개척해온 팜(Palm)의 운영체제다. 휼렛패커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모바일을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어오다 독자적인 플랫폼을 확보하겠다며 지난해 4월 12억달러에 팜을 인수했으나 결국 1년 만에 쓴맛을 보게 됐다. 지난 6월 내놓은 터치패드도 웹오에스의 실패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2분기 실적발표에서 휼렛패커드는 매출 312억달러에 19억30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공개했다.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 9% 늘어난 수치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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