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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복지를 위한’ 12억 홍채정보 등록사업?

등록 2011-09-05 20:09수정 2011-09-05 23:09

아다르(Aadhaar)
아다르(Aadhaar)
프라이버시의 종말
인도에서는 세계 최대의 생체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지고 있다. 12억 인구의 생체정보를 등록하는 전자주민등록 사업이 진행중이다. 아다르(Aadhaar·로고 )로 불리는, 국민에게 개인 식별 아이디를 부여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국민의 지문과 홍채를 기록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12자리의 고유 숫자를 부여하고, 전국 어디에서나 이동통신 기기를 통해 8초 안에 개인을 식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12억 인구의 생체정보 데이터베이스가 완성되면, 미국이 입국 과정에서 수집한 방문객의 생체정보 데이터베이스 1억명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다. 인도는 2015년까지 국민 60%에 아다르를 부여할 계획으로, 내년에 3억2600만달러의 예산을 할당했다. 인포시스를 창업해 세계적인 정보기술 기업으로 키워내고 억만장자가 된 난단 닐레카니가 인포시스 대표이사를 그만두고 이 국책사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한 사람당 정보를 수집하는 데 약 3달러가 들고, 현재 약 3000만명이 등록을 마쳤다. 국내 홍채 인식 보안회사들도 인도의 전자주민등록 사업을 사업확대의 기회로 삼고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2054년을 배경으로 선보인 범죄예측시스템 ‘프리크라임’에서 등장한 개인식별 수단도, 홍채 인식이다. 영화에서는 거리를 지날 때 행인의 눈을 인식해 신원을 알아내고, 즉시 맞춤형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홍채는 눈에서 빛의 양을 조절하는 조리개 역할을 하는 신체기관이다.

사람마다 제각각인 홍채의 모양과 색깔, 모세혈관의 생김새 등을 분석해 고유한 코드로 만들어낸 뒤 비교할 수 있게 만든 게 홍채 인식 데이터베이스다. 홍채는 200여개의 특징적 무늬로 구성돼 있어, 30여개로 이뤄져 있는 지문에 비해 한결 정교하고 복제도 어렵다. 지문은 장기간 심한 노동으로 지워지기도 하고, 훼손되기도 하지만 홍채는 거의 변형되지 않는다. 범용 개인식별 수단으로서 홍채의 가치는 간편한 정보 획득 방법이다. 지문은 직접 접촉하지 않고는 얻기 어렵고, 장갑을 끼거나 남겨진 지문을 닦아버릴 경우에도 확보가 불가능한 생체정보다. 하지만 홍채는 직접 접촉할 필요 없이 사람 눈을 볼 수 있는 위치라면 어디에서나 얻을 수 있다. 발달하는 광학기술 덕에 미래엔 다가서지 않은 행인의 홍채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인도 정부는 지방정부와 공무원의 부패 등으로 구호와 복지 행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아다르가 완료되면, 온 국민이 복지혜택 등 국가의 서비스를 받을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신원 확인을 할 수 없어, 운전면허나 은행계좌를 만들 수 없던 다수의 국민은 못 누려온 서비스를 누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방대한 국민 데이터베이스의 위험은 1930년대 네덜란드에서 확인된 바 있다. 1930년대 네덜란드 정부는 행정과 복지사업 효율화를 위해 전국민의 이름, 주소, 종교를 비롯한 개인정보를 포함하는 인구등록사업을 시행했다. 이후 네덜란드는 나치 치하의 독일 손에 들어갔고, 인구등록부는 네덜란드를 가장 잔혹한 유대인과 집시 학살 피해국가로 만드는 도구로 악용됐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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