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혁신 한계에 왔나
‘아이폰5 공개’ 기대 깨고
카메라·CPU 등 개선만
발표 직후 주가 5% 하락
‘아이폰5 공개’ 기대 깨고
카메라·CPU 등 개선만
발표 직후 주가 5% 하락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된 무대엔 스티브 잡스도, 아이폰5도 끝내 보이지 않았다.
미국 애플은 지난 4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있는 본사 강당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어, ‘아이폰4에스(S)’를 공개했다. 8월 잡스 후임으로 애플의 사령탑을 맡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을 하고, 필 실러 수석 마케팅부사장이 직접 제품 설명에 나섰다. 아이폰4S는 아이패드2에 쓰인 1㎓ 듀얼프로세서를 장착해 아이폰4보다 내려받기 속도가 2배 빨라졌고, 카메라의 해상도도 800만화소로 높아졌다. 아이폰4S는 오는 14일부터 미국과 일본 등을 시작으로 판매에 들어간다. 29일로 잡힌 2차 출시국 명단에서도 빠진 우리나라에선 연내에 케이티(KT)와 에스케이텔레콤(SKT)을 통해 공급될 예정이다.
애초 예상과 달리, 이날 공개된 아이폰4S는 전작인 아이폰4에 견줘 부분적으로 성능이 개선됐을 뿐, 디자인과 화면 크기 등은 그대로인 ‘개량품’이다. 또 한번의 혁신 제품을 기대했던 시장은 곧장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날 발표 직후 애플의 주가는 5% 가까이 하락했고, <월스트리트 저널>도 이날치에서 “애플은 아이폰4S로 감명을 주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정보기술 전문 컨설팅업체인 오범은 보고서를 통해 “아이폰4S는 실망스럽다”며 “1년여 새 제품을 고대해온 애플의 충성고객들은 또 1년을 기다리게 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아이폰5를 준비하다가 만족스럽지 못해 중도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애플답지 않은 제품”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아이폰4S는 ‘애플식 혁신’이 어느덧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평가도 나온다. 2007년 직관적인 멀티터치를 도입한 아이폰을 처음으로 선보인 애플은 2008년 아이폰3지(G), 2009년 아이폰3지에스(Gs)를 거쳐 2010년 디자인과 기능을 혁신한 아이폰4를 내놓으며 혁신 바람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수많은 후발업체가 경쟁에 뛰어들면서 선발업체가 누리던 이득은 크게 줄어들었다.
애플식 생태계 역시 도전받고 있다. 애플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하드웨어 설계를 모두 도맡는 구조와 달리, 안드로이드 진영은 구글이 운영체제를 제공하고, 삼성전자와 에이치티시(HTC) 등 제조전문업체들이 1년에 수십개의 제품을 내놓으며 애플과 맞서고 있다. 3.5인치 3세대망용 제품 한가지를 내놓는 애플과 달리, 경쟁 진영에선 엘티이(LTE)용 모델을 비롯해 화면 크기도 2인치대에서 5인치대까지 다양한 제품을 쏟아낼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손민선 엘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애플은 컴퓨터 외에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티브이 등을 만들고 있어, 과거와 비하면 시스템의 부하가 크다”며 “(아이폰4S 출시는) 혁신에 대한 애플과 시장의 기대 수준의 차이를 보여주는데 애플엔 적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계 한 전문가는 “애플이 새 제품의 가격을 올리지 않거나 디자인 침해 소송에 나서는 것도 결국 혁신의 한계에 봉착해 후발 경쟁자들을 견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