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포드, 아들에 넘겼다가 ‘몰락’ 손자가 영광 찾아
디즈니, 형이 맡았다 창의성 잃어 새 CEO 영입 고전
월마트, 새벽 발품팔던 월턴 숨지자 혁신 실종
소니, 경영 물러난 뒤 ‘전자제품 강자’ 빛바래 “짐이 곧 국가”라던 프랑스 절대왕정기의 군주 루이14세처럼, 한 기업의 실체와 이미지가 그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 또는 ‘지도자’와 곧장 동일시되는 경우가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각) 숨진 애플의 공동창업주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앞선 통찰로 기업을 창업하고 강한 카리스마로 성공을 이뤄낸 인물이 갑자기 숨지거나 은퇴한 뒤 해당 기업의 운명이 갈림길에 처한 사례는 수두룩하다. 애플에 앞서 디즈니, 월마트, 포드,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난히 특정 인물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던 기업들은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 디즈니·포드는 ‘기사회생형’ 지난 1923년 월트 디즈니가 세운 디즈니는 ‘기사회생형’에 가깝다. 수십년을 승승장구하던 회사는 월트 디즈니가 1966년 숨진 후 급속하게 위기로 빠져들었다. 형인 로이 디즈니가 경영권을 이어받아 월트 디즈니의 사무실을 그대로 보존하는 등 창업자의 비전을 유지하려 애썼으나, 특유의 창의성은 사라지고 제대로 된 작품조차 내놓지 못했다. 1970년대 내내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시달리던 디즈니는 1984년 파라마운트영화사에서 마이클 아이스너를 영입한 뒤에야 비로소 ‘인어공주’ ‘라이언킹’ ‘미녀와 야수’ 등 히트작을 잇따라 쏟아내며 과거의 명성을 되찾았다. 포드자동차를 설립한 헨리 포드는 25년간 영광의 세월을 누리다 1919년 아들 에드설(Edsel) 포드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그 이후 포드의 옛 영화는 영영 되살아나지 않았다. 1933년 지엠(GM)과 크라이슬러에 추월당했고, 이후 경영자 에드설이란 이름은 ‘실패작’이란 명사가 돼 사전에 실렸을 정도다. 그나마 1943년 창업자의 손자인 헨리 포드2세가 경영을 맡고나서야 부활이 이뤄졌다. ■ 월마트·소니·MS는 옛 영화 빛바래 이에 비해 월마트는 창업자가 사라진 후 사실상 내리막길을 걸은 경우다. 샘 월턴이 창업해 세계 최대의 유통회사로 키워낸 월마트도 월턴이 1992년 74살로 숨진 이후 위기를 맞았다. ‘날마다 낮은 가격과 비용’을 내걸고 새벽 4시30분부터 매장과 경쟁사를 누비던 월턴이 없는 월마트는 유통 혁신이라는 특유의 동력을 잃어버렸다. 월마트는 지난 2009년 이후 미국시장에서 9분기 연속 매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진행형인 사례도 있다. 카리스마 넘쳤던 소니의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가 1994년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전자제품 최강자였던 소니의 명성은 크게 빛이 바랬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창업자 빌 게이츠가 스티브 발머에게 경영권을 넘긴 후, 스마트폰 등 새로운 모바일 컴퓨팅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가 은퇴한 이후 성장세가 되레 커진 혼다자동차 같은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들의 혁명적 성취라 해도 그 지혜가 조직 안에 보존될 때에만 그 유산이 이어진다.” 다양한 집단을 상대로 지도자의 역할을 연구했던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남긴 얘기다. 제이 캉거 클레어몬트매키나대학 교수는 “카리스마형 지도자가 사라진 뒤엔 항상 위기가 닥치게 마련인데, 최근엔 경쟁이 격화되고 산업지형의 변화가 잦아지면서 그 손실이 더 빠르고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포드, 아들에 넘겼다가 ‘몰락’ 손자가 영광 찾아
디즈니, 형이 맡았다 창의성 잃어 새 CEO 영입 고전
월마트, 새벽 발품팔던 월턴 숨지자 혁신 실종
소니, 경영 물러난 뒤 ‘전자제품 강자’ 빛바래 “짐이 곧 국가”라던 프랑스 절대왕정기의 군주 루이14세처럼, 한 기업의 실체와 이미지가 그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 또는 ‘지도자’와 곧장 동일시되는 경우가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각) 숨진 애플의 공동창업주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앞선 통찰로 기업을 창업하고 강한 카리스마로 성공을 이뤄낸 인물이 갑자기 숨지거나 은퇴한 뒤 해당 기업의 운명이 갈림길에 처한 사례는 수두룩하다. 애플에 앞서 디즈니, 월마트, 포드,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난히 특정 인물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던 기업들은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 디즈니·포드는 ‘기사회생형’ 지난 1923년 월트 디즈니가 세운 디즈니는 ‘기사회생형’에 가깝다. 수십년을 승승장구하던 회사는 월트 디즈니가 1966년 숨진 후 급속하게 위기로 빠져들었다. 형인 로이 디즈니가 경영권을 이어받아 월트 디즈니의 사무실을 그대로 보존하는 등 창업자의 비전을 유지하려 애썼으나, 특유의 창의성은 사라지고 제대로 된 작품조차 내놓지 못했다. 1970년대 내내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시달리던 디즈니는 1984년 파라마운트영화사에서 마이클 아이스너를 영입한 뒤에야 비로소 ‘인어공주’ ‘라이언킹’ ‘미녀와 야수’ 등 히트작을 잇따라 쏟아내며 과거의 명성을 되찾았다. 포드자동차를 설립한 헨리 포드는 25년간 영광의 세월을 누리다 1919년 아들 에드설(Edsel) 포드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그 이후 포드의 옛 영화는 영영 되살아나지 않았다. 1933년 지엠(GM)과 크라이슬러에 추월당했고, 이후 경영자 에드설이란 이름은 ‘실패작’이란 명사가 돼 사전에 실렸을 정도다. 그나마 1943년 창업자의 손자인 헨리 포드2세가 경영을 맡고나서야 부활이 이뤄졌다. ■ 월마트·소니·MS는 옛 영화 빛바래 이에 비해 월마트는 창업자가 사라진 후 사실상 내리막길을 걸은 경우다. 샘 월턴이 창업해 세계 최대의 유통회사로 키워낸 월마트도 월턴이 1992년 74살로 숨진 이후 위기를 맞았다. ‘날마다 낮은 가격과 비용’을 내걸고 새벽 4시30분부터 매장과 경쟁사를 누비던 월턴이 없는 월마트는 유통 혁신이라는 특유의 동력을 잃어버렸다. 월마트는 지난 2009년 이후 미국시장에서 9분기 연속 매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진행형인 사례도 있다. 카리스마 넘쳤던 소니의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가 1994년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전자제품 최강자였던 소니의 명성은 크게 빛이 바랬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창업자 빌 게이츠가 스티브 발머에게 경영권을 넘긴 후, 스마트폰 등 새로운 모바일 컴퓨팅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가 은퇴한 이후 성장세가 되레 커진 혼다자동차 같은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들의 혁명적 성취라 해도 그 지혜가 조직 안에 보존될 때에만 그 유산이 이어진다.” 다양한 집단을 상대로 지도자의 역할을 연구했던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남긴 얘기다. 제이 캉거 클레어몬트매키나대학 교수는 “카리스마형 지도자가 사라진 뒤엔 항상 위기가 닥치게 마련인데, 최근엔 경쟁이 격화되고 산업지형의 변화가 잦아지면서 그 손실이 더 빠르고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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