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엘지유플러스 부회장이 지난 10일 낮 서울 중구 소월로 사옥에서 새해 구상과 함께 새로운 개념의 엘티이 요금제 출시 계획 등을 밝히고 있다.
신소영기자 viator@hani.co.kr
인터뷰/이상철 엘지유플러스 부회장
고객 설계형 요금제 준비…통신망 임대사업도
“1등이라 생각하면 1등에 맞는 서비스 하게 돼”
고객 설계형 요금제 준비…통신망 임대사업도
“1등이라 생각하면 1등에 맞는 서비스 하게 돼”
엘지유플러스(LGU+)가 정액요금 가입 없이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내는, 저렴한 엘티이(LTE) 요금제를 조만간 내놓는다. 또 다른 사업자에게 통신망을 빌려줘, 새로운 통신사업자(MVNO) 출현도 도울 방침이다.
이상철 엘지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9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새해 구상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사용한 만큼 내던 요금제가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구간별 정액요금제로 바뀌었는데, 그 가치를 충분히 느끼는 못하는 고객들도 많다”며 “고객이 필요에 따라 설계할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말한 새로운 엘티이 요금제는 기본료에 사용량만큼 돈을 내는 방식으로, 정액요금제와 항목별 선택(모듈형) 요금제 위주의 스마트폰 요금제를 다변화시킬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엘티이 폰을 꼭 쓰고 싶지만, 기존 요금제가 부담되는 사람을 위한 요금제도 내놓을 것”이라며 “진짜 엘티이 전국망이 완성되는 올 3~4월께 청소년용이나, 데이터 다량 사용자 등을 위한 특별한 요금제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또 “올해 안에 망 임대사업을 하려고 한다”며 “단순히 망을 빌려주는 것만이 아니라, 사업자가 먹고 살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엘지는 스마트폰용 선불형 데이터요금제도 곧 내놓을 계획이다.
통신 3사의 점유율이 고착화돼 있고 서비스 차별화가 거의 없는 이동통신 시장에 엘지유플러스발 변화의 파장이 새해 들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엘지유플러스는 시장의 막내 사업자였지만 그동안 이통시장의 구도를 뒤흔드는 도전자 노릇보다는 18% 안팎의 점유율을 지켜내는 데 힘을 쏟아왔다. 3세대 통신망(WCDMA)을 갖지 못한 한계 때문이었다.
하지만 새해부터 달라졌다. 엘티이 시대가 열리자 가장 먼저 전국망을 구축한 엘지가 치고나가면서 통신 3사의 경쟁이 비로소 본격화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엘지는 요금이 싼 것으로 버텨왔는데, 엘티이 통신망에서 앞선 서비스를 통해 비로소 악순환의 고리를 끊게 됐다”며 “직원들도 1등 할 수 있다는 각오가 생겨났고 바깥의 시각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네크워크가 열세를 보이면 브랜드의 힘이 떨어지고 고객이 감소해 재무적으로도 위축돼 투자가 두려워지는 악순환이 생겨난다”며 “이를 근본적으로 고치려면 네트워크의 우위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3등이라 생각하면 3등짜리 품질이 나오고 1등이라 생각하면 1등에 걸맞은 서비스를 하게 돼 있다”며 “직원들의 마음가짐과 회사 분위기가 달라진 게 회사 경영을 맡은 이후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경쟁사보다 엘티이 영업이 늦었고 엘티이 단말기도 2종밖에 없었지만 모델별 판매에서 우리가 앞서고, 지난해 연말까지 전국에 4만개 기지국을 깔아 경쟁사가 놀랄 정도였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케이티가 2세대 종료를 못해 엘티이 시장에 늦게 뛰어드는 등) 경쟁사들이 보조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도 기막힌 기회가 됐다”며 “쏠림 현상이 강한 통신시장에서 우린 그동안 역쏠림에 힘들었는데 사정이 반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사보다 6개월~1년 앞선 격차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낙관했다.
이 부회장은 “엘티이 환경에서는 통신 서비스가 비디오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며 “모든 데이터와 텍스트에 영상이 부가되는 환경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엘티이 환경에선 무엇이 킬러 콘텐츠가 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이 부회장은 “사업자가 (내비게이션 같은) 서비스와 콘텐츠를 만들던 시대는 갔다”며 “사용자가 유튜브에다 자신의 목소리를 입혀 작품으로 만들고 공유하는 것처럼 고객이 스스로 만드는 콘텐츠가 킬러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차례 선거를 앞둔 올해 정치권의 통신요금 인하 압력이 거세질 경우에 대해서 그는 “정치의 계절이 오면 통신사들도 바빠지고 대비를 하게 마련”이라며 “외부의 인위적 압박보다는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고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게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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