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판매보조금 지급안해
많이 팔아도 수익 없지만
우량고객 확보 경쟁으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계륵’
많이 팔아도 수익 없지만
우량고객 확보 경쟁으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계륵’
“아이폰은 이동통신사에 닭갈비 같은 존재입니다. 먹을 것은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상대편이 독식하게 둘 수는 없지요.” 아이폰을 판매하는 한 이통사 관계자는 30일 애플 아이폰을 계륵에 빗댔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은 이날 “아이폰4에스(S)를 새로 구입한 우리 고객의 48%가 케이티(KT)로부터 번호이동한 고객”이라며 “고객의 42%는 케이티로 이동했다가 다시 에스케이로 돌아온 경우”라고 밝혔다. 에스케이텔레콤이 1월 둘째주에 누리집을 통해 케이티 스마트폰을 쓰다가 에스케이텔레콤의 아이폰으로 이동한 고객 869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2009년 아이폰을 출시한 케이티로 떠났던 ‘아이폰따라 ’고객들이 에스케이텔레콤의 아이폰 출시 뒤 되돌아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이들 고객은 다른 3세대(G) 스마트폰 고객보다 매출도 많은 우량고객이라고 밝혔다.
케이티는 곧바로 이를 반박했다. 경쟁사의 조사는 객관성이 부족할뿐 아니라, 지난해 12월 케이티가 아이폰3지에스(Gs) 초기 가입고객 중 단말기를 바꾼 이들을 상대로 한 케이티 조사 결과에서는 70%의 고객이 케이티 안에서 기기변경을 했고 30%만 경쟁사로 빠져나갔다고 자료를 통해 밝혔다. 두 이통사가 고객들이 자사의 아이폰을 더 선호한다며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통사가 아이폰을 바라보는 심정은 복잡하다. 아이폰이 팔릴수록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두 이통사의 실적이 이를 잘 보여준다. 영업이익 감소에는 마케팅비 지출, 통신요금 기본료 인하, 주파수 경매 등의 요인도 있지만, 이통사가 약정할인을 통해 지급하는 아이폰 판매보조금의 영향도 무시하지 못한다. 삼성전자, 엘지(LG)전자, 팬택 등 단말업체는 제조사 보조금을 지원해 단말기를 싸게 공급하지만, 아이폰은 이통사가 제값을 내고 구매해야 한다.
아이폰 때문에 이통사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현실은 미국 시장에서 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4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한 미국 1위의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은 2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0년 같은 기간엔 26억달러 흑자였지만, 아이폰을 420만대나 판매한 지난해 같은 기간엔 실적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아이폰은 버라이즌의 무선 매출을 13% 신장시켰지만, 수익성은 올리지 못했다. 지난 26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에이티앤티(AT&T)도 67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업체는 1년전 같은 기간에는 11억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미국에서도 애플이 통신사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아 아이폰이 팔릴수록 이통사의 보조금과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통사들이 아이폰 판매에 달려드는 이유는 그것 없이는 생존이 어렵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3위 이통사 스프린트는 향후 4년간 아이폰 독점판매를 조건으로 애플에 200억달러를 지급하는 ‘도박’을 감행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리서치회사 샌포드번스타인의 크레이그 모핏은 “현 시점에서 아이폰은 이통사들에게 마약같은 존재가 됐다”며 “가치를 떠나 그것 없이 살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정보기술전문지 <시(C)넷>에 밝혔다. 혁신적 제품과 열성적 고객을 무기로 애플이 공급한 ‘약물’에 중독된 탓이다. 지난 24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애플의 매출액 대비 이익률은 1년전의 38.5%에서 44.7%로 급등하며, 제조업체의 수익률 한계를 재설정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