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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내 주변의 여자들’ 앱이 남긴 교훈은…

등록 2012-04-09 14:15수정 2012-04-09 21:09

‘내 주변 여자들’ 앱 캡쳐 화면.
‘내 주변 여자들’ 앱 캡쳐 화면.
프라이버시의 종말
사용자들이 공개한 정보라도
지도 등에 한데 묶어 제공하면
프라이버시 문제 될 수 있어

주변에 가까이 있는 낯모르는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모아서 위치정보와 함께 제공하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이 프라이버시 논란을 일으켰다.

러시아 앱개발사 아이프리가 지난달 애플 앱스토어에 올린 ‘내 주변 여자들(Girls Around Me·사진)’ 앱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인 페이스북과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인 포스퀘어의 정보를 결합해서, 이들 서비스 사용자를 지도 위에 표시해주는 앱이다.

앱을 실행하면 가까운 술집이나 식당, 도서관 등에서 포스퀘어 체크인을 한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얼굴이 나타나고, 사진을 클릭하면 페이스북과 포스퀘어와 연결돼 상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개발사는 “주변 장소에 남자나 여자들이 얼마나 있는지, 그 곳의 남녀 비율도 알려준다”며 “연애 상대를 찾는 이에게 어디로 가면 되는지를 알려주는 앱”이라고 설명했다. 지도 위 특정 장소에 머무르고 있는 누군가의 사진과 개인정보를 찾아내 알려주는 이 앱은 ‘스토커 앱’이라는 별칭을 얻고 미국과 유럽에서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을 불렀다.

개발자 블라드 비시냐코프는 “스토킹을 위한 앱이 아니며 기능 구현에 불법적인 면도 없다”고 밝혔다. 이 앱은 해킹 등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획득한 게 아니라, 사용자 스스로 개방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모아서 지도 위에 사진으로 표시하고 페이스북과 포스퀘어 계정을 연결시킨 게 주된 기능이다.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자신의 사진, 나이, 결혼·연애 상태, 출신학교 등의 다양한 정보를 원하는 수준대로 공개할 수 있는 실명 기반의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 서비스다. 포스퀘어는 특정한 장소에 관한 정보나 방문 상태, 빈도를 사회관계망의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앱 개발사는 구글 지도, 페이스북, 포스퀘어 등이 제공하고 있는 응용프로그램용 개발도구(API)를 활용해, 관련 정보를 가공한 것이다.

‘내 주변 여자들’ 앱 캡쳐 화면.
‘내 주변 여자들’ 앱 캡쳐 화면.
‘잠재적인 스토커를 위한 앱’이라는 비난여론이 일자, 포스퀘어는 이 앱의 정보 접근을 차단했고, 앱 개발사는 지난달 30일 앱스토어에서 이를 내렸다. 그동안 7만명 넘는 사용자가 이를 내려받았다. 지난해 초 국내에서 연인의 위치정보를 알려주는 ‘오빠 믿지’라는 앱이 문제가 돼 개발자가 입건되고 앱 서비스가 중단된 일과 유사하다. ‘오빠 믿지’는 위치정보보호법을 위반해 개인 위치정보를 활용한 혐의를 받았다.

‘내 주변의 여자들’ 앱은 내려갔지만, 사회관계망 서비스와 위치정보가 널리 쓰이는 상황에서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문제를 제기했다. 공개된 데이터를 합법적으로 활용해 편리한 기능이나 부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게 문제가 되느냐 아니냐의 논란이다. 사용자들이 사회관계망과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내 주변의 여자들’ 이상의 개인정보를 합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데이빗 제이콥스 전자프라이버시정보센터(EPIC) 연구원은 “공개된 정보를 한데 묶어서 지도위에서 제공하는 것은 개별서비스 묶음과는 질적으로 다른 서비스가 될 수 있다”며 “공개된 정보라고 해도 그 걸 이용하는 것은 또다른 프라이버시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지 <피시(PC)월드>는 “문제가 된 앱은 여자들이나 프라이버시를 실제로 위협한다기보다 사회관계망을 통해 지나치게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는 사용자들에게 프라이버시 보호의 경각심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개인들이 사회관계망에 스스로 공개한 정보가 자신을 얼마나 위험에 처할 수 있게 만드는지를 알려주는, 프라이버시의 호루라기 노릇을 했다는 것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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