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입주해 있는 케이티 광화문지사
<한겨레> 자료사진
통신사, 비싼 요금제로 바꾸거나 망 이용료 요구
소비자 권리침해 확산 조짐…포털업체도 반발
방통위, 통신사 수익악화 우려해 규제 엉거주춤
소비자 권리침해 확산 조짐…포털업체도 반발
방통위, 통신사 수익악화 우려해 규제 엉거주춤
#1. 에스케이텔레콤(SKT)은 그동안 5만4000원 이상의 스마트폰 정액요금제 가입자에게 허용해온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사용을 앞으로는 7만원 이상의 요금제 가입자에게만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이런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선 방통위의 요금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공식 승인요청에 앞서 방통위의 의사를 타진하는 단계로 알려졌다. 경실련과 진보넷은 지난해 11월 방통위에 이통사가 요금제에 따라 이용자의 모바일인터넷 전화를 차단하는 것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신고했으나, 방통위는 “약관에 따른 것으로 위법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방통위가 ‘합법적 차단’이라고 유권해석을 한 데 힘입어, 이통사들은 약관을 개정해 그 기준을 ‘7만원 이상’으로 올리려는 모색을 하고 있는 셈이다.
#2. 포털업체인 다음은 30일 자체 스마트티브이(TV) 셋톱박스인 다음티브이를 출시했다. 19만9000원짜리 셋톱박스를 디지털티브이에 연결하면 동영상, 주문형비디오, 웹브라우징 등 티브이를 통해 인터넷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하지만 통신사와 갈등이 일고 있다. 케이티(KT) 쪽은 “다음 스마트티브이가 인터넷 트래픽을 발생시킬 것”이라며 “통신사들과 협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시 이후라도 협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신사들은 다음에 스마트티브이용 망 이용대가 협상을 요구할 방침이나, 다음 쪽은 “망 사용 대가는 트래픽이 늘어나면 그때 가서 논의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2월 케이티가 삼성전자의 스마트티브이에 대해 인터넷을 차단한 사건에 대해 방통위가 징계를 미루고 ‘합의 해결’을 강조하는 등 미온적 태도를 보인 것도 갈등 재연의 배경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들이 잇따라 출현하고 있지만, 트래픽 폭증과 수익 감소를 우려한 통신사들의 저항에 부닥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지난 1월부터 “통신 사업자는 합법적인 콘텐츠와 서비스를 원칙적으로 차별하거나 차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규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 통신 이용자들의 권리 침해가 구제되기는커녕 피해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망 중립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모바일 인터넷전화가 허용되는 요금제 기준이 올라갈 수 있고, 스마트티브이 사업이 국내에선 확산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망 중립성 원칙은 △이용자의 권리 △인터넷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 △합법적 콘텐츠 차단 금지 △기기의 차별과 차단 금지 △합법적 트래픽 관리 허용으로 돼 있다. 이에 따르면 인터넷티브이와 모바일 인터넷전화는 ‘합법적’ 콘텐츠로, 차단해서는 안되는 서비스다.
이통사들은 망 중립성 원칙에는 ‘합법적인 트래픽 관리’도 허용된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필수적인 트래픽 관리를 위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용자들로서는 자신이 구매한 데이터통화를 사용한도 안에서 어떤 서비스에 쓸지는 이용자의 권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일본 시장에서 무료 음성통화를 제공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 기능이 아예 없다.
통신사들이 막무가내로 모바일 인터넷전화와 스마트티브이를 차단하는 현실에는 통신업의 ‘수익성 악화’라는 현실이 배경이다. 특히, 데이터통신 품질이 크게 높아진 엘티이(LTE)에서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전면 허용할 경우, 음성통화를 기반으로 한 이통사의 수익 구조가 하루아침에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는 “3세대 통신 환경에서 무료 문자메시지인 카카오톡이 이처럼 빨리 확산되어 이통사의 문자 수익이 사라질 줄 누가 예상했겠는가”라며 “통화 품질이 뛰어난 엘티이에서는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활용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나와, 카카오톡이 문자메시지 수익을 잠식한 것처럼 음성통화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이통 3사는 각각 엘티이 가입자 확보를 위해 패킷 형태로 통화가 이뤄지는 엘티이 기반의 음성서비스(VoLTE)를 내놓겠다고 밝혀, 인터넷망을 이용해 패킷을 보내는 형태로 음성통화를 하는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차단할 논리적 근거가 약해지고 있다.
망 중립성 원칙과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보면 허용되어야 할 서비스이지만, 통신서비스가 진화하면서 점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통신사들의 처지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규제당국으로서는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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