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싼 요금제 갈아타며
부족한 데이터양 주변서 ‘조달’
커뮤니티에 “분양해요” 글도
부족한 데이터양 주변서 ‘조달’
커뮤니티에 “분양해요” 글도
월 7만2000원 엘티이(LTE) 요금제를 쓰던 회사원 이아무개씨는 최근 망내 무료통화가 되는 월 3만5000원 요금제로 변경했다. 데이터양이 9기가(GB)에서 550메가(MB)로 크게 줄었지만, 이씨는 음성통화량이 적은데다 통화상대들이 대부분 같은 통신사를 쓰는 까닭에 망외 통화 월 80분 제공에 큰 불편이 없다. 데이터가 모자라지만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매달 2기가씩 선물받아 조달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이용자 사이에서 ‘데이터 테크’라는 알뜰한 전화 사용요령이 확산되고 있다. 통신사가 제공한 새 요금제와 서비스를 가족과 연인끼리 최대한 활용해, 약정을 깨지 않으면서 저렴한 요금제로 옮겨가는 방식이다. 데이터 테크는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지난 2월1일 데이터 선물하기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작돼 3월21일 망내 무료통화가 나온 이후 확산되는 추세다.
데이터 선물하기는 에스케이텔레콤의 엘티이 이용자가 월 2기가까지 같은 통신사 가입자에게 선물할 수 있는 서비스다. 40일 만에 50만건이 선물이 오가는 등 빠르게 이용자가 늘고 있다. 3월1일에는 하루 4만건을 넘어섰다. 월초에는 가족간 선물이 중심이고 월말이면 커뮤니티엔 “남은 데이터 나눠드립니다”라는 분양 제안도 드물지 않다.
에스케이텔레콤 쪽은 31일 “데이터 선물을 보내는 주연령층은 40~50대이고, 받는 쪽은 대부분 10~20대 자녀다. 매달 1일 선물한도가 갱신되기 때문에 월초에 이용량이 많다”고 말했다. 전연령층에서 데이터를 선물하는 쪽은 주로 남성이다. 성별로 스마트폰 사용량이나 사용패턴이 비슷한 20~30대에서도 선물제공자의 63%는 남성이었다.
데이터 테크는 통신시장의 특성을 보여준다. 청소년 요금제에서 ‘알 주고받기’를 제공해온 케이티가 지난해 7월 데이터 이월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성인 대상의 데이터 선물은 없었다. 3세대 통신(WCDMA)에서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했지만 실제 서비스는 엘티이 단계에서 비로소 이뤄지고 있다.
3세대 고객에게 선물하기를 불허한 배경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있다. 엘티이에선 사실상 무제한 데이터가 사라지고 비싼 요금제 약정을 하고 사용량을 소비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판매점 권유 등으로 비싼 엘티이 단말을 장만하느라 할인액을 고려해 높은 약정을 선택했지만 주어진 데이터를 상당부분 남기는 장노년층 사용자가 많다.
낮은 요금제로 옮기는 고객도 있지만 통신사는 오히려 데이터 선물하기같은 데이터 테크를 광고하고 있다.
박혜란 에스케이텔레콤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실장은 “고객에게 어려운 기술적 특성 대신 생활 속에서 엘티이의 장점을 직관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계기로 본다”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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