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전화기는 사람이 아닌 앱을 위해 디자인돼 있다. 페이스북은 이를 날려버리고자 한다”라며 마크 저커버그가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었다.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기업 페이스북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페이스북 폰’을 발표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멘로파크 본사에서 제품발표회를 열어, ‘페이스북 홈’(facebook home)을 공개했다.
페이스북 홈은 기존의 스마트폰의 첫화면을 페이스북 기능에 최적화시켜주는 소프트웨어로, 일종의 ‘런처’ 프로그램이다. 페이스북 홈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작동해, 애플 아이폰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 등에서는 현재 사용할 수 없다. 페이스북은 우선적으로 페이스북홈이 갤럭시S4와 갤럭시S3, 갤럭시노트2 등 삼성전자 스마트폰 3종과 HTC 원X, 원X플러스 등 HTC의 2종에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는 “우리가 휴대전화를 개발한 것도, 운영체제를 만든 것도 아니지만 어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보다는 훨씬 강력한 어떤 것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홈이 단순한 앱이라기보다는 스마트폰을 페이스북과 완벽하게 통합시켜 스마트폰이 페이스북 중심으로 구동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커버그는 “스마트폰 앱은 프로그램을 쓰려면 아이콘을 구동시켜야 했던 컴퓨터 환경의 유산”이라며 피시(PC)와 스마트폰 이용환경의 차이를 강조했다. 그는 “이젠 훨씬 더 중요한 새로운 쓸모가 생겨났다. 우리는 늘 전화를 품고 있으며 친구들의 소식을 더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이는 우리가 컴퓨팅 기기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라는 관계를 바꿔버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기능은 ‘뉴스피드’에 올라오는 친구들의 게시물을 스마트폰 첫 화면에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커버 피드(Cover feed)’, 첫 화면에서 페이스북 메신저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인 ‘챗 헤드(Chat head)’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날 발표회에선 대만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HTC가 페이스북 홈을 내장한 상태로 만든 스마트폰 ‘퍼스트’(first)도 공개했다. 이 제품은 HTC의 최고 경영자 피터 추가 직접 연단에 올라 소개했다. 이 제품은 약 100달러의 가격에 오는 12일부터 미국 에이티앤티(AT&T) 통신사를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이날 행사장에는 퀄컴의 최고경영자 폴 제이콥스, 에이티앤티(AT&T) 모빌리티의 최고경영자 랠프 델라 가도를 비롯한 제휴업체 경영진도 여럿 참석했다.
페이스북은 순차적으로 다른 스마트폰 기종과 태블릿피시에서도 ‘페이스북 홈’을 적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관련 프로그램을 단말 제조사와 통신사에 제공하고 협력하기로 하겠다며,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날 공개된 페이스북 홈 화면에서는 사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각각의 뉴스피드는 슬라이드쇼처럼 돼 있다. 메시지와 알림은 첫 화면에 팝업으로 뜬다.
모바일산업 분석가인 알티미터그룹의 크리스 실바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홈은 방치되어온 순간들을 페이스북을 위한 순간들로 바꿀 것”이라며 “사용자가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고, 문자를 보내거나 광고가 뜰 때마다 페이스북이 이를 수익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별도의 독립된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직접 개발하는 대신, 최소한의 ‘개발’로 거대한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첫화면을 사실상 페이스북으로 바꿔버리는 전략을 놓고는 업계와 사용자 사이에선 논란이 일 전망이다. 스마트폰 첫화면에서 친구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를 알려주는 방식도 논란거리다.
시장조사업체인 오범의 잔 도슨 애널리스트는 <비비시(BBC)>와의 회견에서 “페이스북은 모바일 운영체제를 개발하지 않은 만큼 페이스북 홈은 최선의 선택”이지만 페이스북의 실험은 걸림돌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 홈은 광고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자들의 행동을 더 많이 추적하고자 할 것이며, 이를 둘러싸고 사용자와 겪게 될 갈등은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과 각 제조업체들이 만들어놓은 안드로이드폰 생태계에 ‘첫 화면’을 장악하는 방법을 두고 ‘편승’ 논란을 부르고 정보기술 기업들간에 새로운 갈등과 경쟁 요소가 될 수 있다. 페이스북이 스마트폰에서 사용자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첫 화면을 장악하려는 시도에 대해 개방형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개발·운영해온 구글이 이를 방치하기라고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홈페이지(
http://www.facebook.com/home)를 통해 국내 사용자에게도 페이스북 홈의 기능을 소개하며 다운로드 받을 것을 알리고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