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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김범수의 특명 ‘다음 검색 점유율을 늘려라’

등록 2014-07-10 19:40수정 2014-07-10 21:23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다음카카오’ 출범 땐 최대주주
경영진에 검색 투자 강화 주문

한게임과 합병한 NHN 대표 맡아
지금의 ‘네이버 왕국’ 길 닦아
이번엔 다음 옛 영광 되찾을지
제2의 ‘신의 한 수’에 관심
“검색 점유율을 높여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다음커뮤니케이션 경영진한테 준 ‘밀명’이다.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으로 오는 10월 출범 예정인 ‘다음카카오’가 네이버와 맞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검색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다음카카오가 출범하면, 김 의장은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된다. 그동안 관련 업계에서는 김 의장이 어떤 전략으로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을 한게임과 네이버의 합병에 버금가는 ‘신의 한 수’로 그려지게 만들 것인지가 주요 관심사였다.

10일 다음 경영진 및 인터넷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김 의장은 지난 6월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 발표 직후 다음 경영진한테 검색 사업에 집중해줄 것을 주문했다. 다음 임직원들에게 김 의장의 주문은 ‘오너의 명’과 다름없다. 다음은 2000년대 초 시장 주도권을 엔에이치엔(NHN)에 빼앗긴 뒤 꽤 오랫동안 ‘오너십’ 없는 경영 상태를 유지해왔다. 이재웅 창업자도 경영에서 한발 비켜나 있었다. 이에 비해 김 의장은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처럼 주요 경영 현안을 직접 챙기는 스타일이다. 아직 합병 주총조차 열리지 않은 상태지만, 이미 다음의 경영 현안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다음은 김 의장의 주문대로 검색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상생활과 자녀교육 등에도 검색을 활용하고, 가능하면 2군데를 이용해 검색의 정확성을 높이는 습관을 가지라는 캠페인을 벌이는 동시에, 카카오톡과 케이티(KT) 내비게이션 ‘올레내비’ 등에서 바로 다음 검색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제휴 마케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검색 일상화 캠페인 등을 통해 시장을 키우면서 ‘검색 하면 네이버’란 인식을 깨자는 전략을 마련해 추진해왔는데, 김 의장의 주문으로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앞으로 몇 년은 검색 사업 강화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체별 검색 점유율 (단위: %, 7월 첫 주 기준)
업체별 검색 점유율 (단위: %, 7월 첫 주 기준)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김 의장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발휘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의장은 한게임과 네이버의 합병으로 출범한 엔에이치엔의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을 총괄해, ‘네이버 경쟁력의 핵심은 검색’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당시 엔에이치엔은 한게임으로 돈을 벌어 검색에 투자하는 전략을 펴왔는데, 이렇게 가꾼 검색 서비스에 검색 광고 모델이 얹어지면서 다음을 제치고 지금의 ‘네이버 왕국’으로 성장하게 됐다. 결국 다음이 네이버를 뛰어넘어 옛 영광을 되찾는 길은 네이버 경쟁력의 핵심인 검색에서 이기는 것뿐이라고 김 의장은 보고 있고, 이런 차원에서 다른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해서라도 검색에 힘을 실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지금은 정부의 독과점 규제와 ‘갑질’ 논란으로 네이버의 발목이 묶여 있어, 다윗 ‘다음’이 골리앗 ‘네이버’를 상대로 유리한 싸움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네이버는 그동안 사업을 무차별 확장해온 결과, 검색 점유율이 80%에 육박해 독점 논란에 시달리고, 중소 콘텐츠업체들로부터도 원성을 듣고 있다. 이에 정부가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네이버는 검색이란 말을 꺼내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카카오톡을 미국에서 일으켰다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못지않은 대접을 받았을 법하다. 이런 그가 “검색은 앞으로도 계속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며 투자 강화를 주문한 것을 두고, 예비 창업자들이 눈여겨볼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상원 줌인터넷 부사장은 “기존 인터넷이 메신저, 커뮤니티, 검색을 차례로 띄워온 것처럼, 모바일 역시 지금은 카카오톡과 라인 같은 메신저가 대세지만, 결국은 누가 검색의 주도권을 쥐느냐로 업계 구도가 재편될 것이다. 애플과 구글 등이 이런 점을 살펴 음성검색 등 새로운 검색 방식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네이버가 감히 넘볼 수 없는 국내 최대 포털업체였다. 하지만 이후 검색에서 밀리면서 1위 자리를 네이버한테 내주고, 모바일 흐름에서도 밀려나 ‘초라한 2위’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까지 되었다가 카카오와 합병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7월 첫 주 다음의 검색 점유율은 20.6%(모바일은 12.9%), 네이버는 74.5%(80.5%)다. 김 의장이 카카오와 다음을 합병하는 승부수로 이를 다시 역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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