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중이던 지난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에 입장하면서 스마트폰으로 모습을 담고 있는 신도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람&디지털] 종교와 소셜 미디어
기독교에서 말하는 ‘복음’이란 나사렛 예수가 자신의 삶과 죽음, 부활로써 사람들에게 전한 기쁜 소식을 뜻한다. 지난 14일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약자와의 연대, 어려운 이들과의 소통이라는 가르침을 전하고 떠났다. 21세기 교황의 한국 여정을 알리는 복음의 시작은 트위터였다. “한국으로의 여정을 시작하며, 한국과 아시아 전역을 위한 저의 기도에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8월13일, 프란치스코 교황 트위터 @Pontifex) 그는 방문 기간 모두 9개의 한국어 트위트를 남겼다.
디지털과 종교는 서로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게 일반적이다.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종교는 속성상 변화의 첨단에 있는 신기술과 가깝지 않다. 종교인이 전반적으로 고령화되면서 사회관계망 등 새로운 디지털 문화와 거리감을 느끼는 것도 이유다. 실제 ‘2013년 한국 천주교회 통계’를 보면 50대 이상이 절대적인 수도 많고 인구 대비 비율도 높다. 해당 연령의 전체 인구 대비 신자 비율을 보면 50대 이상이 13.3%로 가장 높은 반면 10대는 7.4%로 가장 낮다. 20~40대는 모두 10%씩의 수준이다. 모든 종교인구에 대한 통계청 조사는 2005년이 마지막이라 정확한 파악이 어렵지만, 다른 종교도 이와 비슷한 실정이라는 게 해당 종교인들의 견해다. 나이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률은 그 반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용 추이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대와 10대의 이용률이 각각 69.3%, 48.7%로 가장 활발했다. 반면 50대 이상의 이용률은 12.1%에 불과하다.
역사와 전통 중시하는 종교
첨단기술과 멀게 느껴지지만
프란치스코 등 종교 지도자들
디지털 사회관계망 영향력 주목
교황 트위터 팔로어 1400만여명
“새 환경 외면하면 사명 못 다해” 자기중심적 메시지는 남 해칠 위험
전달받는 사람 입장서 다가가야 하지만 이런 통념과 달리 교황을 비롯한 여러 종교 지도자들은 사회관계망을 주목한다. 새로운 연결과 소통의 장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하지만 동시에 기계로 연결되는 소통 방식이 인류에 가져온 병폐에 대한 고민도 종교계 화두의 하나다. 활발하게 온라인 소통을 이용하는 종교인들을 중심으로 바람직한 디지털 기술 활용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베이직교회’에서 만난 조정민 목사는 “메시지를 어떻게 대중에게 흘려보낼지는 종교의 본질과 연관되는 문제다. 소셜미디어의 등장을 그런 의미에서 주목한다”고 말했다. 그는 18만명에 가까운 팔로어를 둔 트위터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목사 가운데 한 명이다. 조 목사는 “인터넷은 깊이가 얕기 때문에 지혜를 전하기 어려운 매체라는 게 아직 기독교계 다수의 시각”이라면서도 “메시지는 전달하는 사람이 아닌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가가야 한다는 점에서 종교인들이 소셜네트워크를 새롭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활발하게 트위터로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바탕에도 이런 이유가 있다. 교황청은 특히 젊은이들과의 관계에서 소셜미디어를 주목한다. 바티칸의 문화부 장관인 잔프랑코 라바시 추기경은 <바티칸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기술 혁신과 사회 변화의 신학적인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디지털 세대’라는 인류학적 변화에도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는 주교는 자신의 소명에서 멀어지게 되겠지요.” ‘어린양’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선 바른 ‘목자’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예수와 트위터의 연관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예수가 “하느님의 왕국이 가까웠으니 회개하라”와 같이 간결한 메시지를 활용해 대중에게 자신의 생각을 퍼뜨렸는데, 트위터가 그 뒤를 따랐다는 말이다. 현재 9개 언어별로 있는 교황 트위터 계정의 팔로어는 모두 1400만명인데 영향력 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앞선다는 평가다. ‘힐링 멘토’로 활동중인 동국대 정각원의 마가 스님은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순기능”을 소셜미디어의 장점으로 꼽는다. “자신이 바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현실에서 나눌 수 없는 이야기를 쉽게 꺼낼 수 있는 것이지요.” 페이스북 등을 통해 그에게 고민을 털어놨던 사람 가운데에는 이혼의 아픔이나 직장 문제 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던 이들도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만난 인연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많은 이들이 다시 삶의 동력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종교인들은 하나같이 광속의 커뮤니케이션이 안고 있는 나와 남을 해칠 위험에 대해 경고한다. 직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인터넷 윤리에 대한 천주교의 가이드라인을 세우면서 “환상”에 속지 말고 “자신에게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가상의 공간으로 숨어선 안 된다는 점을 가르친 것이다. 조정민 목사는 “생각의 전달이 쉬워진 시대에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이다. 배려 없이 자기중심적 메시지만 쏟아내면 1인 미디어는 마치 기관총과 같은 무기로 돌변하게 된다”고 경계했다. 마가 스님은 “우리는 과거 산업사회 때부터 생존경쟁에 쫓기면서 지금 인터넷 시대까지 맹목적으로 달려온 경향이 있다”며 “자기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화를 다스릴 줄 알도록 아이들에게 책임의 교육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첨단기술과 멀게 느껴지지만
프란치스코 등 종교 지도자들
디지털 사회관계망 영향력 주목
교황 트위터 팔로어 1400만여명
“새 환경 외면하면 사명 못 다해” 자기중심적 메시지는 남 해칠 위험
전달받는 사람 입장서 다가가야 하지만 이런 통념과 달리 교황을 비롯한 여러 종교 지도자들은 사회관계망을 주목한다. 새로운 연결과 소통의 장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하지만 동시에 기계로 연결되는 소통 방식이 인류에 가져온 병폐에 대한 고민도 종교계 화두의 하나다. 활발하게 온라인 소통을 이용하는 종교인들을 중심으로 바람직한 디지털 기술 활용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베이직교회’에서 만난 조정민 목사는 “메시지를 어떻게 대중에게 흘려보낼지는 종교의 본질과 연관되는 문제다. 소셜미디어의 등장을 그런 의미에서 주목한다”고 말했다. 그는 18만명에 가까운 팔로어를 둔 트위터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목사 가운데 한 명이다. 조 목사는 “인터넷은 깊이가 얕기 때문에 지혜를 전하기 어려운 매체라는 게 아직 기독교계 다수의 시각”이라면서도 “메시지는 전달하는 사람이 아닌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가가야 한다는 점에서 종교인들이 소셜네트워크를 새롭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활발하게 트위터로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바탕에도 이런 이유가 있다. 교황청은 특히 젊은이들과의 관계에서 소셜미디어를 주목한다. 바티칸의 문화부 장관인 잔프랑코 라바시 추기경은 <바티칸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기술 혁신과 사회 변화의 신학적인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디지털 세대’라는 인류학적 변화에도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는 주교는 자신의 소명에서 멀어지게 되겠지요.” ‘어린양’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선 바른 ‘목자’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예수와 트위터의 연관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예수가 “하느님의 왕국이 가까웠으니 회개하라”와 같이 간결한 메시지를 활용해 대중에게 자신의 생각을 퍼뜨렸는데, 트위터가 그 뒤를 따랐다는 말이다. 현재 9개 언어별로 있는 교황 트위터 계정의 팔로어는 모두 1400만명인데 영향력 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앞선다는 평가다. ‘힐링 멘토’로 활동중인 동국대 정각원의 마가 스님은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순기능”을 소셜미디어의 장점으로 꼽는다. “자신이 바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현실에서 나눌 수 없는 이야기를 쉽게 꺼낼 수 있는 것이지요.” 페이스북 등을 통해 그에게 고민을 털어놨던 사람 가운데에는 이혼의 아픔이나 직장 문제 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던 이들도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만난 인연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많은 이들이 다시 삶의 동력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종교인들은 하나같이 광속의 커뮤니케이션이 안고 있는 나와 남을 해칠 위험에 대해 경고한다. 직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인터넷 윤리에 대한 천주교의 가이드라인을 세우면서 “환상”에 속지 말고 “자신에게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가상의 공간으로 숨어선 안 된다는 점을 가르친 것이다. 조정민 목사는 “생각의 전달이 쉬워진 시대에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이다. 배려 없이 자기중심적 메시지만 쏟아내면 1인 미디어는 마치 기관총과 같은 무기로 돌변하게 된다”고 경계했다. 마가 스님은 “우리는 과거 산업사회 때부터 생존경쟁에 쫓기면서 지금 인터넷 시대까지 맹목적으로 달려온 경향이 있다”며 “자기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화를 다스릴 줄 알도록 아이들에게 책임의 교육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