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새벽 경기도 고양시 한 휴대전화 판매점 앞에 소비자들이 ‘아이폰6’를 신청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날 새벽 곳곳의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아이폰6 16GB’ 모델을 10만∼20만원대에 판매해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와 소동을 빚었다. 연합뉴스
‘아이폰6 대란’을 틈타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애플 기종을 개통부터 해주고 ‘떠넘기기’ 하는 신종 사기수법도 새롭게 등장해 주의가 요구된다. 아이폰6 중 저장 용량이 큰 128기가(GB) 모델이나 화면이 더 큰 아이폰6 플러스(+) 같은 인기 기종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과, 제품 개봉 전이라도 개통을 하고 나면 쉽게 철회가 되지 않는 이동통신사 정책을 이용한 사기다.
전아무개(34)씨는 지난 1일 한 휴대전화 커뮤니티의 대리점 판매글에 “아이폰6+를 구매하고 싶다”는 댓글을 올렸고, 에스케이(SK)텔레콤 대리점에서 “64기가(GB) 재고가 하나 남아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당연히 아이폰6 플러스를 구했다고 생각한 전씨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대리점을 찾아가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정작 전씨가 받아든 것은 아이폰6였다. 제품 박스를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환불을 요구했지만, 대리점에서는 즉시 개통됐다며 “이통사가 신규 가입 전산만 열어주고 개통 철회 전산은 열어주지 않았다”는 엉터리 답변을 내놓고 환불을 거부했다. 증거로 남을 수 있는 해당 판매 게시글도 즉시 삭제해버렸다.
전씨는 “마지막까지 계약서를 꼼꼼히 보지 않은 내 잘못도 있지만 미개봉품의 당일 개통 철회가 안된다는 점은 이해가 안된다. 어르신들의 경우 부족 현상을 빚고 있는 인기 용량(128GB이상)이나 아이폰6 플러스 모델이라고 생각하고 비인기 모델을 받아오는 일도 생길 것 같다. (옛 모델인) 아이폰 5S를 받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쓰려고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 이통사 홍보실 쪽은 “엘지나 삼성이라면 미개봉품 당일 개통 철회가 가능하지만 애플 제품만은 안 된다. 이미 개통된 제품은 개봉, 미개봉을 막론하고 제품 불량 사유 외에는 환불을 해주지 않는 애플의 정책 탓”이라며 애플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국내법은 통신사가 개통 14일 이내라면 제품이나 통화 품질 불량은 물론 고객의 변심으로 인한 개통 철회 또한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지난 주말 이통3사는 이례적으로 주말 전산 작업을 통해 제품을 개통해 줘 ‘불법 보조금 대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의 단속이 어려운 주말과 한밤중을 노려 대리점들이 불법 보조금을 푸는 경향이 있는데다, 일단 개통이 되어버렸다면 개통 철회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알면서 ‘대란’을 방조했다는 의혹이다. 이통사가 주말에도 신규 가입 업무를 처리해 준 것은 2011년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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